남 국정원장은 30여명에 이르는 1급 인사 가운데 본부 실·국장과 전국 11개 지부장 등을 포함해 80~90%를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물갈이 인사에 대해 정치 편향성을 없애고 대북 정보수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과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원세훈 색깔 빼기'를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급 중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총무실장과 감찰실장에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가 발탁돼(본지 4월 8일자 1면 기사 참조) 주목된다.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실장과 내부조직 감찰과 직원 징계 등을 총괄하는 감찰실장에 각각 해병대 준장 출신 A씨, 검찰 출신인 장호중씨(46·사법연수원 21기)가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감찰실장에 검사를 데려온 것은 원 전 원장에 대한 내부 조사를 위해서"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인사 담당 총무실장에 육군 출신이 아닌 해병대 출신을 기용한 것은 같은 육군 출신인 남 원장에게 쏟아질 인사 민원을 일찌감치 차단하기 위해 감안된 조치라는 후문이다.
또 국방 업무를 보좌하는 국방보좌관과 원장특보에도 남 원장과 예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대령 출신이 각각 임명되는 등 남 원장을 보좌하는 핵심 요직에 군 출신들이 전진 배치돼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원장 비서실장에는 언론인 출신이 기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탈정치, 능력 위주라는 기준을 적용했고, 과거 정권에서 정치 편향성을 보인 인사들은 배제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 평판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북심리전단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개입 논란을 낳았던 내부 조직의 직제·역할도 태스크포스(TF)의 논의를 통해 개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국정원 1·2·3차장 인선을 통해 국정원의 조직을 대북 정보 수집과 테킨트(TECHINT·기술정보) 기능을 강화하는 쪽에 집중했다. 북한 관련 정보 담당을 기존 3차장에서 1차장으로 올리고 3차장에게는 과학정보만 담당토록 했고, 국내 정보 담당인 2차장은 보안정보 담당으로 조정하면서 사실상 기능을 축소시켰다.
북한 전문가를 1차장에 기용하고, 실무급에 군 출신을 전진 배치한 것 역시 대북 정보력을 강화해 확고한 안보 태세를 바로 세우겠다는 박 대통령과 남 국정원장의 의지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원은 1급 인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2~3급 처장급과 4~5급 팀장급 후속 인사도 빨리 진행해 이달 말까지는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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