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백악관 청원 10만명, 중국 들끓게 한 ‘주링사건’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5-08 14:4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반신불수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주링의 현재모습.

탈륨중독되기 전 주링의 모습.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1995년 중국대륙을 분노케 했던 칭화(靑華)대 여대생 독극물 중독사건이 18년이 지난 현재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인들의 고위층과 공안에 대한 불신과 증오와 어우러지면서 이 사건은 중국 사회에 휘발성 강한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 네티즌들은 지난 3일부터 이 사건 재조사를 위해 미국 백악관에 청원을 냈으며, 사흘 만에 청원인 수 10만명을 넘기면서 중국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고 주요 매체들이 8일 전했다. 청원인 10만명이 넘으면 백악관측은 해당 사건에 대한 입장을 공식 답변하도록 돼있다.

사건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칭화대 학생이었던 21세 주링(朱令)은 활달하고 성적도 뛰어났으며, 노래를 잘해 당시 대학으로부터 ‘칭화대 가장 아름다운 여학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갑자기 정신이상과 고온의 발열, 탈모가 진행됐으며 수일 내로 머리가 다 빠져버렸다.

입원한 병원마다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으나 결국 한 병원으로부터 탈륨 중독이라는 판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중독이 완벽하게 진행돼 돌이킬 수 없었다. 탈륨은 불과 1g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탈륨 중독으로 주링은 반신불수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두 눈은 거의 실명할 지경이며 부모의 도움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당시 공안은 타인에 의한 독극물 주입으로 결론을 내고 유일한 용의자로 주링의 룸메이트였던 쑨웨이(孫維)를 지목했다. 교내 노래대회 경쟁자였던 쑨웨이가 주링에게 밀려 탈락하자 질투심에 탈륨을 식수에 탔다는 의혹이 일었다. 게다가 쑨웨이는 화학과 재학생으로 탈륨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안은 1998년 증거불충분으로 쑨웨이를 무혐의 처분했고 사건은 미제로 종결됐다. 쑨웨이는 이후 이름을 바꾸고 미국에 건너가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잊혀졌던 주링 사건은 최근 푸단대 의대생이 독극물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룸메이트가 지목되면서 다시금 회자되기 시작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당시 쑨웨이의 조부와 큰아버지가 고위 관료였기 때문에 공안이 사건을 정확히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네티즌들이 관심을 갖자 언론보도가 이어졌으며, 재수사에 대한 요구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동안 진실규명을 위해 동분서주한 주링의 부모가 사건 재조사와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공안당국이 번번히 거절해왔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중국 정부에 재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백악관에 용의자인 쑨웨이를 조사해 중국으로 추방시키라는 청원을 낸 것이다.

청원인이 10만명을 넘으면서 조만간 발표될 백악관의 입장에 중국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낙후된 인권상황을 비판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주링 사건은 워낙 중국내 논란이 많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백악관이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공안당국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