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기아자동차는 약 5년 전만 하더라도 차별화된 차종이 없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왔다. 외부 디자인이나 특징도 부족해 신차가 출시되어도 그다지 큰 반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차별화된 디자인과 품위 있는 시스템 구축의 성공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디자인 면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채용하면서 이러한 특징은 두드러졌다.
이후 K시리즈의 연속적인 호응으로 현대차는 물론 타 메이커와 완전히 다른 특성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중형차 K5일 것이다.
확실한 자리매김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은 약 2년 전 기아차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차 K9이라고 할 수 있다. 약 5000억원이 들어간 전략차종으로 BMW 등 최고급 프리미엄 모델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연구해 디자인이나 탑재된 시스템 등 모든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초기의 관심과 달리 신차 효과도 빨리 식으면서 초기에 내세웠던 BMW 등 차종은 물론 현대차 제네시스나 에쿠스의 판매량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나타냈다.
요즘 길거리에 다니는 K9을 찾기 어려운 것을 보면 얼마나 판매가 적은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다른 차종과 차별화된 여러 특성을 강조하다 보니 백화점식 종합선물세트가 된 점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6000만원대에서 9000만원대에 이르는 너무 폭넓은 가격대, 최첨단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선택사양이었다는 점, 여기에 BMW의 외부 디자인에 대한 짝퉁 논란을 빨리 잠재우지 못했다는 점 등도 K9에 대한 이미지 저하를 초래했다.
기아차는 판매율이 신통치 않자 가격대 조정과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기본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했지만 이미 엎어진 결과는 뒤집기에는 늦었다. 소비자 시장에서는 잘잘못을 떠나 초기에 어떻게 뇌리에 소비자에게 자리매김하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K9이 성공할 방법은 전혀 없을까? 우선 K9의 위치일 것이다. 경쟁 관계인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위아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틈새를 벌려야 한다. 확실한 차별화가 없으면 실질적인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옮겨 타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미 시기나 형국이 K9을 떠났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한 방법은 되도록 빨리 차종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K9은 부분변경 모델 이상의 변화를 요구한다. 특히 디자인 측면에서 변화된 다른 이미지를 부각하고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면 소비자의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새로운 K9을 출시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소비자의 시각이 복합적이고 감성적으로 바뀌고 있다. 신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기준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만큼 신차 개발은 더욱 고민하여야 할 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K9을 출시해 소비자의 시각을 달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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