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번 조치는 조선무역은행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따른 제재 대상이 아닌 미국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오른 금융 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는 이행하겠지만 미국의 '일방적' 제재에는 거리를 둬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실상 유엔 제재 외에 미국의 독자적인 강경한 대북 제재에는 반대하며 소극적인 제재와 대화를 강조하며 미국과 날을 세워왔었다.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국무위원이 3월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제재가 안보리 행동의 목적이 아니고, 유관 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은 제재에 회의적인 중국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은행이 북한 계좌를 폐쇄함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통한 미국의 중국 압박이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에는 데이비드 코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중국을 방문해 조선무역은행 재재 동참을 중국에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전면적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 폐쇄가 정부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중국은행의 자체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은행이 북한이라는 위협적인 변수를 은행 보호차원에서 폐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계좌 동결로 인해 BDA가 도산위기를 겪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중국은행으로서는 북한 거래 창구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2005년 BDA 사태(다른 나라에 불법 금융활동 유의하라는 경고 메시지 보냄)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3월 조선무역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하며 "세계 금융 기관들에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바로 중국은행이 BDA 사태와 마찬가지로 경영난을 겪을 수도 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행이 자체적으로 북한 계좌를 폐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예전과 같은 신뢰를 보내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파트너로서 북한을 대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중국의 대북 정책의 기조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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