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 시점까지 고려할 경우 달러 당 100엔을 막 돌파한 엔화환율은 심각한 엔저로 평가되기 어렵다.
1995년 가을부터 2008년 가을까지 13년 동안 엔화는 한 번도 달러 당 100엔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2008~2012년 달러 당 70엔까지 내려간 엔고 기간과 비교했을 때에는 이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엔화절하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신중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의 엔화환율 절하는 정책대응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또 박 연구위원은 정책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 경제라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의 목표대로 일본 경제가 2년 뒤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면 이에 따라 명목금리도 오르게 된다. 결국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이자비용은 크게 늘어난다.
박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1%포인트 상승해도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이자 지급액이 소요된다"며 "이는 일본 국세의 무려 26%에 해당하는 규모인데, 특단의 세제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 수준인 GDP의 11.5%로 늘어나지만 재정건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없다"며 "아베노믹스가 성공해도 재정건전성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재정상태 악화로 한두 차례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면 큰 혼란이 올 것이란 사실에 주목했다.
박 연구위원은 "아베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재정건전화 복안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한국 정책 당국은 일본의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파급 효과에 대비하는 것이 원화절하 요구를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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