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자산운용사가 증시 침체에 따른 펀드 손실은 투자자에게 전가하면서 순이익보다도 많은 돈을 대주주에게 배당해 눈총을 사고 있다.
펀드 운용으로 벌어들인 돈을 회사를 위해 재투자하지 않은 채 이익이 생기는대로 대주주인 모회사에 넘기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하이자산운용은 전일 30억9667만원 상당 결산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전달 2일에도 32억6871만원에 이르는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어 올해만 배당액이 64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하이자산운용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올린 순이익(35억5000만원)보다 179.31% 많은 액수다. 2011회계연도 순이익(44억6812만원)에 비해서도 140% 많다. 하이자산운용 최대주주는 9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하이투자증권이다. 이번 배당으로만 60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게 됐다.
순이익을 배당액으로 나눈 배당성향을 보면 운용사처럼 100%를 상회하는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금융업종 평균이 10%대에 머물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고배당주로 여겨지는 통신주도 50% 남짓이다.
하이자산운용에 이어 신영자산운용도 전달 24일 96억원에 이르는 결산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은 신영자산운용이 2012회계연도에 올린 순이익(105억9000만원)의 90%에 달했다.이 회사 최대주주 또한 86%에 가까운 지분을 가진 신영증권으로 8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결산배당으로 순이익의 절반 가량인 12억원을 지급했다. 이 운용사 최대주주는 42.3% 지분을 보유한 김대영 대표(전 건설교통부 차관)다. HMC투자증권과 우리은행도 각각 8%대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최대주주가 계열 증권사다. 자산운용사가 이익을 올리는대로 모두 증권사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다. 실제 2012년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지급된 펀드 이익배당금은 8조6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하이자산운용 관계자는 "최대주주에게 높은 배당금을 책정해온 것은 운용업계의 전반적인 현상"이라며 "배당금 책정은 대부분 모회사에서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손익과 경영상 손익은 구분돼 있다"며 "운용사는 여타 업종과 수익구조가 달라 이익을 유보할 필요가 없어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운용사는 이익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한다"며 "하지만 최근 저금리 상황에 효율성이 떨어져 재산 운용에 제약을 덜 받는 증권사로 이익을 돌리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설명에 비해 증권사가 배당금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지도 않았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배당금액이 크지 않아 따로 용처를 구상하고 있지는 않다"며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규영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검사국 팀장은 "일부 운용사가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유지를 위해 고유재산 운용을 증권사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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