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경매주택 세입자 79%, 보증금 잃었다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유명 가수 송대관씨가 소유한 이태원 단독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는 임차인은 모두 4명. 법원 임차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3000만~3500만원의 보증금에 30만~50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기로 하고 지난해 11~12월 들어 이사를 마쳤다. 점유와 동시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아 대항력도 갖췄다.

그러나 송씨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임차인 4명은 모두 소액임차인 우선변제액인 1400만원을 제외한 1600~2000만원 가량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경매로 넘겨진 부동산은 낙찰과 함께 기존에 설정돼 있던 등기상 권리들이 말소되기 때문. 보증금 채권도 등기부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선후관계 상 선순위가 아니면 마찬가지로 낙찰과 동시에 말소된다.

말소기준권리 설정일보다 전입신고일이 빠른 세입자는 보증금을 전액 보존할 수 있지만 이 물건 말소기준권리는 세입자들 입주시기인 지난해 말보다 8년 이상 빠른 2004년 8월에 설정됐다.

소액 임차인 우선변제액 이외의 보증금 잔액에 대해서는 낙찰 후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건의 경우 세입자들의 전입 이전에 설정된 등기부상 채권액만 160억원을 넘는 상황이어서 실제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 결국 세입자들은 사실상 보증금을 절반 넘게 떼인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처럼 경매에 나온 부동산 세입자 중 전세나 월세 보증금을 일부 혹은 전액 떼이는 세입자 비중이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매장에 나와 낙찰된 서울·수도권 소재 주택(아파트·다세대·다가구) 물건 9642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세입자가 있는 물건 수는 5669개, 세입자 보증금이 전액 배당되지 않는 물건 수는 4453개로 집계됐다.

이는 곧 경매부동산 세입자 중 78.6%가 보증금을 온전히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같은 임차보증금 미수 경매물건 비중이 용도와 지역을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있는 경매물건 대비 임차보증금 미수가 발생한 서울·수도권 소재 경매물건 비율은 2010년 75%, 2011년 75.6%, 2012년 76.3% 순으로 파악됐다. 완만하지만 증가세가 뚜렷한 양상이다.

이처럼 임차보증금 미수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서울·수도권 소재 주택 시세가 급감한 이후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집값이 떨어지기 전에는 경매로 넘겨지더라도 보증금까지 배당이 될 것으로 보고 세들었지만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선순위 채권을 먼저 변제하고 나면 보증금 전액을 배당할 수 없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낙찰가율도 동반 하락했고 이것이 배당금액의 전반적인 감소를 가져왔다"며 "예전 기준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기존 부채 규모가 집값의 7~80% 선이었지만 이제는 60%만 넘어도 보증금을 다 못 돌려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세입자의 대항력과 임차보증금 채권의 위상을 강화해주는 용도일 뿐 보증금을 무조건 지켜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채권 총액을 열람해본 뒤 계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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