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7년 공든 ‘우한 프로젝트’ 성사… 미증유의 中 에틸렌 진출

중국 우한공장 전경.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SK가 미증유의 중국 기초유분 화학사업 진출이라는 첫 쾌거를 이뤘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기업과 손잡고 한-중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 합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이다.

SK 계열 SK이노베이션은 28일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우한 에틸렌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합작사업은 양사가 최근 후베이성 우한시에 완공한 나프타분해설비(NCC) 등에서 에틸렌을 비롯해 총 연산 약 250만톤의 유화제품을 생산하는, 총 투자비 3조 3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에틸렌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만들며,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중국은 그동안 원유나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서구 메이저 회사와 중동 산유국 기업에 한해 에틸렌 합작사업 참여를 선별 허용해왔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SK가 중국 NCC 부문에 첫 진출한 의미가 크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기업 중 중국 에틸렌 사업에 진출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합작법인 서명식에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 등 양사 경영진이 참석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 중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SK과 시노펙이 35대 65 비율로 설립하는 합작법인은 조만간 상무부 비준을 거쳐 공식 출범하게 되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한 공장은 앞으로 연산 기준 에틸렌 80만톤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60만톤, 폴리프로필렌(PP) 40만톤 등 각종 유화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SK그룹의 중국사업 중 최대 성과로 꼽히는 이번 사업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기업이 성사시킨 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이번 합작 성사는 SK가 지난 40년 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 공장 운영 노하우를 인정 받은 결과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우한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그동안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뚝심 있게 펼쳐온 최태원 회장의 집념이 일궈낸 대표 성과로도 꼽힌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시노펙 CEO와 합작 추진에 합의한 이후 10여차례 중국 정부 및 시노펙 관계자를 면담하는 등 사업 추진을 진두 지휘했다.

김정기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SK는 7년간 공들인 ‘우한 프로젝트’ 성사로 중국에 석유화학 생산기지를 확보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국내 중소기업과의 동반 진출 등 부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우한 에틸렌 사업은 SK종합화학이 시노펙과 공동으로 추진해 온 3대 프로젝트 중 하나다. SK종합화학은 2004년 연산 6만톤 규모의 상하이 용제공장을 합작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 연산 20만톤 규모의 충칭 부탄디올(BDO)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금년 5월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