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취재현장>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7-03 18:2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페이 단 보어 우밍즈(非淡泊无明志), 페이 닝징 우이 즈위안(非寧靜无以致遠).' '마음이 담백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

이 말은 제갈량이 그 아들을 훈계하는 글 '계자편(戒子篇)'에 나오는 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국의 칭화대(淸華大) 연설에서 중국어로 해 화제가 됐다.

우선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이 말을 한 박 대통령의 중국 이해도에 기자는 감동했다. 그러나 얼굴에 홍조까지 띠며 즐거워하는 중국인들의 마음 그 건너편에 무엇이 있을지 조금 비뚤어진 시각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중국인이 박 대통령의 중국어에 열광한 여러 이유 중 단연 으뜸은 그의 중국 고문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영된 점을 중국인들이 높이 샀을 것이다. 또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어 강연을 한 점도 그들에게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열광의 바탕에는 중국인들의 '콤플렉스'가 한몫 했다.

과거 흥했던 당나라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는 중국인은 문화대혁명 등을 겪으며 어려운 살림살이와 서방국가에 대한 상대적 허탈감을 뼈져리게 느꼈다. 지체된 경제발전의 허들을 넘어 당당한 G2로 부상한 중국은 그 '콤플렉스'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미국 공항에 나타났을 때 이미 중국은 세계 언론의 중심에 섰다. 이를 지켜보면서 중국인들의 가슴속 케케묵은 고질적 열등감은 충분히 해소됐을 것이다.

그러나 미셸 오바마와 펑 여사의 조우가 사실상 무산되자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빈방문'이 아니라 '실무방문'인 점을 감안하면 미셸이 펑을 꼭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중국 언론이 대놓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폭발 직전이었다.

이때 박 대통령의 중국어 연설이 그들의 콤플렉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핑곗거리가 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중국인의 마음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은 보지 못하고 표면적인 것만 보고 흥분해 있진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뭘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