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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에서 야구인생을 총정리해 선보이는 박찬호 선수. 메이저리그유니폼, 방망이, 야구화등 그가 모아온 소장품 360여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사람들은 나를 영웅이라고 불렀지만 내 안에서는 늘 자신 없고 갈등했는데 안으로는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거지처럼 느꼈지만, 겉으론 화려했던 내 모습입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야구선수 박찬호(40)의 야구 인생을 한눈에 볼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11일부터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서 열리는 박찬호전‘더 히어로-우리 모두가 영웅이다!’전이다.
최근 야구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자서전을 펴낸데 이어 인생의 새 출발선에 서있는 박찬호의 야구 인생과 미술이 만난 새로운 형태의 전시로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는 박찬호선수가 승리를 거둘 때마다 모아둔 승리구 124개와 그동안 거쳐온 팀에서 입은 유니폼 50여 벌과 모자 50여 개, 배트와 야구화, 글러브, 야구 기념품. 티켓 카드, 각종 인증서등 야구 관련 수집품만 36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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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직접 만든 작품 ‘투화(投花)’. 박찬호가 캔버스를 향해 컬러볼을 던져 만든 작품으로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잭슨 폴록(1912~1956)의 액션 페인팅을 연상케 한다. |
11일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찬호는“이기고 지고를 떠나 매 경기에는 선수들의 땀과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데 그런 시간을 함께한 물품이고 소중한 기억과 늘 함께하기 위한 소장품”이라며 “내가 살면서 쓰다 보면 가치가 생기고 후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된 소장품은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승수를 쌓을 때마다 환호하고 기뻐했던 장면들을 오롯이 재현한다.
그의 승리는 우리의 승리였고, 그의 눈물은 우리의 눈물이었던 시절, 그는 오천만 국민을 어깨에 이고 공을 던졌고, 우리는 그의 승승장구 덕에 IMF의 질곡을 희망찬 발걸음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영웅이었다.
'영웅'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예전엔 저를 ‘영웅’이라고 불러주실 때마다 부담스럽고 불편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분들 안에 다 영웅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예전에 박찬호나 박세리를 보면서, 최근에는 류현진을 보면서 용기와 꿈, 희망을 품고 영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으실텐데,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가 영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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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의 박찬호. |
전시를 앞두고 10주간 예술경영 수업을 들으며 미술의 매력에 눈을 떴다는 그는 "예술이란 내가 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내고 표현하는 것인 듯하다”며 “스포츠도 예술인 것 같다. 한 구, 한 구 혼신을 다해 던지는 행위도 예술적인 감각으로 타자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더라”고 했다.
박찬호의 야구인생에는 미술가들도 가세했다. 강익중, 권오상, 김태은, 뮌(MIOON), 송필, 유현미, 이배경, 이현세등 설치와 입체, 미디어아트, 만화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들이 박찬호의 야구인생과 철학을 작품으로 녹여냈다.
권오상 작가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포즈를 차용해 스포츠스타와 걸작 조각을 오버랩시켰다. 야구선수 박찬호를 돌을 던져 골리앗을 물리친 다비드와 동일시함으로써 그의 업적을 신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김태은 작가는 영상설치 작품을 통해 IMF로 어려웠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메이저리그 124승의 쾌거를 이룬 박찬호 신화를 재조명한다.
이배경 작가는 박찬호 선수의 어린 시절, 야구선수로서 꿈을 갖게 된 계기와 그 꿈을 추구한 과정을 100개의 에어모터와 그 위에서 부유하는 ‘Dream 큐브’로 담아냈다. 박찬호의 조카 박성호군과 함께 제작한 어린 시절 재현 영상도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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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 작가가 박찬호선수를 모델로 작업하고 있는 장면. |
유현미 작가는 메이저리거로서 박찬호 선수가 걸어온 야구인생과 철학을 시각화했다. 야구선수로서 박찬호의 소우주를 엿볼 수 있는 영상작품과 박찬호 선수가 작품의 모델로 직접 참여하여 얼굴과 옷에 물감을 칠하고 비디오로 촬영한 동영상 초상화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뮌(MIOON) 작가는 수천명의 시선과 함성, 야유가 공존하는 마운드위에서 박찬호 선수가 겪었던 긴장, 흥분, 고독 같은 내적 갈등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마치 분신술이라도 한 듯 수백 명의 관중으로 변한 박찬호를 보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박찬호의 인간적인 면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된다.
만화가 이현세는 박찬호 선수를 모델로 한 단편 만화를 제작하여 박찬호 선수의 화려한 메이저리거 데뷔와 그의 남다른 의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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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이현세의 박찬호 일대기. |
강익중 작가는 박찬호 선수와 함께 그의 도전, 꿈, 도약에 울고 웃으며 그를 응원하고 그로부터 희망을 얻었던 우리 모두를 기념했다. 또 박찬호 선수가 여러 팀에서 착용했던 유니폼도 거대한 샹들리에처럼 설치됐다.
송필 작가는 수백 개의 아크릴 조각으로 만든 박찬호 선수 이미지를 천장에 모빌처럼 매달았다. 각각의 조각이 미풍에 흔들리며 유려한 운동감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박찬호 선수를 만들어 낸다.
이주헌 서울미술관 관장은 "유례가 없는 이 전시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인물인 박찬호와 그가 야기한 사회문화 현상을 보다 밀도 있고 풍부한 시각으로 관람객들이 바라볼수 있게 꾸몄다"며 "이번 전시에서 우리의 위대한 영웅과 기쁜 마음으로 만나고 스스로 위대한 영웅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포츠스타 박찬호의 뜨거운 열정과 문화 예술의 감동까지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행사'가 이어진다.
박찬호와 지인들의 애장품을 모아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아름다운 자선 경매 바자회’가 열리고 그가 관람객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특별 도슨트 투어도 예정돼 있다.
또 전시 수익금 일부를 ‘사랑 나눔 프로젝트-베트남 어린이 심장병 수술 돕기’ 행사에 기부한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성인 1만2000원, 초중고생 1만원.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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