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방송 정순영 기자=- 전향 빨치산의 문집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출판의 배경은?
이 문집은 북한 빨치산으로 체포된 후 남한으로 전향한 사람들의 글을 모은 것으로 참회록과 상아탑 희망 등의 주제로 돼있다.
1989년 후반 전북경찰청의 김영진 총경이 내게 준 것이다.
김총경은 당시 빨치산들이 전향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정착하게 하는 일을 맡았고 그 과정에서 이 글들을 수집하게 됐다.
- 특히 원문과 함께 풀어 쓴 글들을 함께 실어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나?
책의 왼쪽엔 원문을 오른쪽엔 현대문을 실었다.
한자를 많이 써 한자의 토나 주석을 달기엔 지저분해 보일 것 같아 원문은 원문대로 사료적 가치를 갖게 하고 현대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쳤다.
요즘 세대들은 현대문으로 번역된 것을, 나이가 좀 있는 독자들은 원문을 읽으면 제 맛을 느낄 수 있을듯하다.
- 그리움이 가장 큰 키워드인 것 같은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들이 눈에 띈다. 어찌 보면 빨치산도 역사의 한 피해자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가?
빨치산도 하나의 피해자이다. 전향 빨치산 스스로가 참회록을 통해 역사에 지은 죄를 고백하고 또 용서를 구하고 있다. 고향예배라는 시를 보면,
따스한 어머니 품속을 차며
야수처럼 산속으로 도망간 이 몸
가시덤불이 얽히고 눈보라치는 바위틈을
피투성이가 되어 구르며 헤매도 보았소.
나의어머님을 일곱 번 지은 죄를
일흔 번 거듭해도 너그러이 용납하며
다시 품속에 안아주셨다.
우리 모두에게 그렇지만 빨치산에게도 어머니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어머니는 자식의 모든 죄를 용서하고 상처를 보듬어 준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평생을 지배하는 철학, 감정, 행동양식이 어머니의 사랑에서 비롯됐고 이 책을 펴낸 이유 역시 어머니 사랑에서 촉발됐다.
한없는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전향 빨치산들의 어머니에게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편저자 소개
이춘구
1957년 전북 완주 출생
1980년 전북대 법학과 졸업
現 KBS 기자
주요논문 <행정청의 부작위소송 제도>, <자유민주주의의 공법적 고찰>, <학생인권조례의 공법적 고찰>, <경제민주화의 공법적 고찰>,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공법적 고찰>
작품 <모란꽃 동행> <자유와 평등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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