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온라인상으로 윤리경영헌장 및 세부지침을 공개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헌장 상에 나타난 윤리경영 관련 주요 키워드의 출현 빈도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각 기업들이 자신이 속한 해당 산업의 이슈에 따라 상이한 고민을 윤리경영의 실천방안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는 회원사 중 윤리경영헌장을 온라인에 공개한 254개 사 가운데 산업별로 묶었을 때 헌장을 공개한 기업이 20개 사 이상인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 4개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먼저 제조업의 윤리경영헌장에서 ‘환경보호’라는 키워드는 금융 및 보험업에 비해 최대 2배 이상, ‘경쟁사’는 최대 60%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이 대규모 제조시설을 설치·운영하면서 오염물질 발생과 대량 에너지 소모 등의 우려로 국제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도입되는 등 해당 업종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규제 강화와 함께 NGO·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높아지는 환경보호 요구에 대한 현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키워드가 많이 쓰인 것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 중 핵심이 되는 공정거래법과 관련하여 주요 기업들이 ‘공정경쟁’을 통해 자율적 실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함의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금융업은 ‘내부’ 통제기준이 주요 키워드로 도소매업과 비교했을 때 최소 2.7배, 건설업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많이 등장했다. 금융자산을 다루고 신용거래를 근간으로 하는 산업의 특성상, 금융 및 보험업 임직원들의 직무 수행 절차를 규율하는 ‘내부’ 통제기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 내부 컴플라이언스 관련 이슈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준법감시인제도’를 의무적으로 도입운영하는 등 실제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규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용거래의 특성상, ‘정보보호’의 중요성도 타 산업에 비해 최대 2.6배 사용되고 있다.
보험업에서는 ‘3대 기본 지키기’라는 특별한 임직원 행동지침을 마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보험업계 임직원의 보험상품 판매와 관련된 보험업계 표준 행동양식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자 상품판매 관련 모범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도소매업은 ‘협력사’가 건설업에 비해 최대 6배 이상의 출현빈도를 보여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다수의 협력업체와 거래관계에서 윤리경영 실천 여부가 자사 이미지 및 명성과 직결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급속한 기술혁신과 다양한 소비자 요구 등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기술 및 상품 경쟁력이 곧 해당 기업의 경쟁력으로 귀결되는 사업구조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협력사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계를 위한 윤리경영 실천의 중요성이 높으며, 이를 위한 행동지침 등을 통해 협력사 관련 리스크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건설업은 ‘공무원’과 ‘뇌물’이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특히 공무원은 제조업과 비교시 최소 2배 이상의 출현빈도를 보였으며, 뇌물은 타 산업 평균보다 57% 이상 높게 나타났다. 건설업이 전형적인 수주업으로, 수주 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결과 공개의 투명성 여부 등에 따라서 부패 발생 여지가 증가할 우려가 높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사업 진행 단계별 각종 인허가와 승인, 지도·감독 등의 행정 절차가 복잡해 담당 공무원의 재량권이 크고 이에 따른 부패 발생 가능성이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제투명성지수(TI)의 뇌물공여지수 조사결과(2011년), 부패 발생 여지가 가장 높은 산업으로 토목 및 건설 부문이 꼽힌 것에서 나타나듯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산업 특성상, 건설업은 자체적으로 부패 관련 업종별 공통의 행동지침을 마련해 윤리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자정 노력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분석 결과 기업별로 나름의 고민을 담아 진정성을 가지고 윤리경영헌장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경련은 윤리경영 실천을 위해 투명경영과 준법경영, 국제규범 준수 등의 세부 지침을 담은 기업경영헌장을 지난 2월 정기총회를 통해 발표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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