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있는 카드로 전환 유도…'꼼수 영업' 성행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직장인 김모(31)씨는 몇 년전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며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명 '꺾기' 형식으로 연회비 없는 신용카드를 마지못해 만들었다.

반강제적으로 발급받은 카드였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아 곧 휴면카드가 됐다. 그런데 김씨는 최근 해당 카드사로부터 새 카드로 교체하라는 권유 전화를 받았다.

새 신용카드의 혜택이 더 좋다는 설명에 김씨는 카드를 바꿨지만, 그동안 내지 않았던 연회비가 발생했다. 연회비 없이 사용하던 카드가 졸지에 연회비가 있는 카드로 바뀌면서 김씨는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을 하게 된 것이다.

최근 카드사의 연회비 반환을 두고 업계가 시끄럽다. 카드사가 연회비 반환을 제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연회비 없는 휴면카드를 연회비 있는 카드로 교체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4~6월 금감원이 은행계 및 전업계 카드사 20곳을 점검한 결과, 5개사만 가입년도에 해지 시 연회비를 반환했고 나머지 15개사는 제대로 반환하지 않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미반환 된 최초년도 연회비는 8개 전업 카드사에서만 13억9000만원(14만8897건)이다. 이에 금감원은 회원에 대한 연회비 반환을 활성화 하기 위해 표준약관을 개정하고, 콜센터 직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연회비 없는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 신상품 출시를 명목으로 연회비 있는 카드로 전환할 것을 권유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1년 동안 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를 소지한 고객에게도 이같은 마케팅 전화를 통해 카드 교체를 유도하면서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휴면카드 고객에게 신규 카드 가입을 권유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며 "휴면카드 고객도 잠재고객이기 때문에 이를 해지할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는 손실이다"고 밝혔다.

연회비 있는 카드로 교체를 권유하는 것에 대해선 "최근 카드사들이 출시한 카드 중에 연회비가 없는 카드는 없다"며 "대부분 신규 발급을 권유할 때 혜택이 많은 신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연회비 없는 카드를 사용했던 고객에게 연회비가 있는 카드를 권유한다면 정확하게 고지해야 한다"며 "고객은 그동안 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연회비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어, 이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고지해야 향후 민원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