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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포레 조감도 |
10억원 이상의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을 훌쩍 뛰어 넘는 고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세난이 없을 것만 같은 고가주택 시장에서도 매물이 없어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전셋집을 한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고가’, ‘최고급’ 타이틀을 달고 있는 주택일수록 자가 거주 비율이 높아 전세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데 반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수동 일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 실거래가를 기록한 ‘갤러리아 포레’의 경우 전세 대기자만 10명이 넘는다. 그나마 지난 봄만 해도 단 한 건도 없었던 매물이 지난 8월 입주 2년에 접어들면서 80평형짜리 1건이 20억원에 나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문의가 가장 많은 90~100평형대는 여전히 물건이 없다.
‘갤러리아 포레’는 월세난까지 겪고 있다. 고가 전∙월세 수요자 대부분이 압구정동, 삼성동, 도곡동 등 강남 고가주택에 살고 있던 사람들로 원하는 집에 살기 위해 기꺼이 수십억원의 전세는 물론, 수천만원의 월세도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인근 G부동산 관계자는 “월세는 법인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개인 고객에게 문의가 오기도 한다”며 “현재 70평형짜리 월세가 1200만원 수준인데 최근 1500만원까지도 줄 수 있으니 물건만 나오면 연락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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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포레 조감도 |
최고급 빌라촌의 대명사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동의 UN빌리지에도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은 4건 뿐이다. UN빌리지 내 빌라 수가 수백여 가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로 나오는 물건 자체가 많지 않은 셈이다. 위치와 면적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셋값은 25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N부동산 관계자는 "전세는 보통 2~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고 나오자마자 계약하지 않으면 바로 다른 대기자가 채간다"며 "입주민 대부분이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직접 사는 비율이 높고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평창동과 성북동에 공급된 고급 타운하우스 ‘오보에힐스’와 ‘게이트힐스’도 계약자 대부분이 실거주하고 있어 호가조차 없다.
평창동 H부동산 관계자는 “고급 빌라를 계약하는 사람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집을 살리 없을뿐더러 게이트힐스 같은 경우는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초고가 주택의 전세난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강남 기존 고가 아파트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신규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는 높아진 반면, 경기 불황 여파로 공급은 끊겼기 때문이다. 일반 주택의 경우 월세로 전환되는 물량이 많아 전세가 부족한데 반해, 고급 주택은 공급 물량의 감소로 전세로 나올 수 있는 물건의 수가 한정된 것이다.
하지만 기존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 너무 비싸 거래가 쉽지 않자 전세를 주고 전세로 들어오려는 사람, 세금이나 비용 처리 문제로 전∙월세를 선호하는 사람 등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고급 주택의 경우 공급이 무턱대고 늘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전세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한 만큼,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파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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