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유통업계는 이례적으로 긴 장마와 폭염으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계속된 경기침체 여파로 심각한 내수부진에 시달렸던 백화점들은 늦더위에 힘입어 11~14%의 매출 상승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선글라스와 수영복 등 '여름상품'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여름 상품인 아이스크림과 작년 봄·여름 시즌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스포츠·캐주얼 부문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선방한 업체들도 판매량은 늘었지만 증감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되거나, 영업이익이 악화된 가운데 볼륨만 커진 '알맹이 없는 성장'이 지속됐다.
◆ 좋은 시절 다 갔나…폭염 속에도 아이스크림 매출 하락
지난 수년 간 여름 특수를 누려왔던 아이스크림 매출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탓도 있지만, 소비 트렌드 변화도 한 몫 했다.
폭염 시작과 함께 반짝 올랐던 판매율은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 7월 이마트의 아이스크림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6%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탄산음료와 이온음료의 판매가 각각 12.9%와 9.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크다.
GS25의 여름상품 월별 매출 증가율에서도 아이스크림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됐던 8월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한 자리수에 머물렀다. 2012년의 아이스크림의 월별 매출 증가율은 13.2%였다. 잦은 장마로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었다는 증거다.
◆ 옷이 안팔려요…스포츠·캐주얼 브랜드 매출 부진 심각
캐주얼과 스포츠 브랜드의 부진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들 업계는 지난해 건강과 웰빙 열풍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며 이례적인 매출 성장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내수침체로 지난해와 같은 붐업 조성에 실패하며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부에서는 올 상반기 실적이 최근 수년간 최저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2013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잡화·스포츠·의류 분야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역시 일부 제품에만 차이를 보였을 뿐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를 제외한 전 라인의 제품 판매가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며 "소비심리 위축도 원인이지만 장마와 폭염의 영향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떨어뜨린 이유도 크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화장품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본래 여름은 장마와 무더위 등으로 화장품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이지만 특히 올해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제품 수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두 달간 폭염과 장마가 이어지다보니 아예 매장에 손님 자체가 끊겨 매출이 40%이상 줄었다"며 "우리 매장은 그나마 여름용으로 내놓은 쿨링 제품 반응이 좋아 이정도지 (브랜드력이 약한)다른 매장은 더 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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