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동양증권 기업어음(CP) 사태가 터진 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경쟁사 영업행태가 논란이 됐다. 경쟁사 영업직원은 줄지어 동양증권 점포 앞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벌였다. 당시 경쟁사에서는 "우리 증권사는 안전하다"는 말로 회사를 갈아탈 것을 권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타 경쟁사가 정말 안전지대인지 의문이다. 계열사 CP나 회사채를 가져다 고객에게 판매한 증권사는 동양증권뿐이 아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30대 대기업그룹에 속한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을 비롯한 6개사는 2010년 이후 모그룹에서 발행한 53조원어치 회사채와 CP, 전자단기사채 가운데 22조원어치를 인수해 중개시켰다. 동부증권ㆍSK증권은 같은 기간 계열 회사채 물량 가운데 30% 이상을 인수해 각각 1ㆍ2위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이런 과정에서 해당 증권사가 고객에게 유리한 금융상품을 제쳐둔 채 계열사 회사채나 CP를 먼저 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동양증권 사태 이후 당국인 금감원에 대해 책임론은 물론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동양그룹 재무상태가 악화일로에 들어섰음을 당국은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동양증권이 수년에 걸쳐 부실 계열사에 돈을 대는 창구로 이용되는 것을 방치했다. 결국 당국이 책임을 저버리는 바람에 피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동양증권뿐 아니라 여타 경쟁사 또한 계열 회사채나 CP를 고객에게 팔았다. 재무부실이 우려되는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그룹은 동양그룹만이 아니다. 동양증권 CP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기존 감독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동양증권 사태 재발은 명약관화하다. 증권사마다 증시 침체와 실적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양증권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는 증권사에 대한 신뢰를 아예 잃어버렸다. 금감원이 당장 할 일은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사태 재발을 막을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