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올림픽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 올림픽 수영경기장인 수이리팡(水立方), CCTV 건물 등 베이징의 상징이자 중국의 상징을 소재로 북한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이 현지에서 큰 화제를 끌고 있다.
그림은 두명의 영국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들로 이달초 베이징에서 개최됐던 디자인주간에 출품된 작품들이라고 시나닷컴이 22일 전했다. 소장자는 닉 바나와 도미니크 힐로 이들은 각각 20년 이상 베이징에서 거주했다. 닉 바나는 북한전문 관광회사를, 도미니크 힐은 티셔츠 제조업체를 운영했었다.
닉 바나는 중국의 모습들을 스케치한 후 이를 북한의 화가들에게 건네줬고, 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림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되기 전에 그려졌다. 당시 아직 완공되지 않았던 올림픽경기장과 수영경기장, CCTV 건물의 모습은 조감도와 닉 바나의 설명으로 전달됐다.
그림을 그린 북한 화가들은 현재 평양의 한 식품포장업체에서 포장지 설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실제 건축물들이나 현재 중국인민들의 생활모습을 눈으로 보지 않고 스케치와 설명만 듣고 그림을 그렸다. 북한 화가들은 평소 북한정부를 선전하기 위한 그림을 그려왔으며, 이같은 그들의 성향은 이 그림들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때문에 상당히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평가다. 닉 바나는 "북한 화가들이 그린 그림들은 그들이 눈으로 보지 않고 그린 것들"이라며 "작품들은 비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고 소개했다.
그림에 나오는 CCTV 건물은 농촌 한가운데 있으며, 풍년을 기뻐하는 농부와 군인들은 높은 건물을 보고 환호하고 있다. 태양은 붉은 색으로 묘사돼 있고 군중들이 행진하는 모습도 보인다. 군중들의 복장은 남색, 회색으로 천편일률적이다. 노래방에서는 군복을 입은 젊은 한쌍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어 기이한 느낌을 준다.
중국인들은 이 그림을 보고 감정이 교차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21세기 건물들을 배경으로 70년대 중국인민들이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져 묘한 느낌을 준다"고 평했고, 스스로를 50대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자주 봤었던 삽화같다"며 "가난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조금은 울컥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