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동포사회, 해외도피 사범 증가 우려

아주경제 홍가온 워싱턴 특파원=한국 국정감사에서 한국에서 죄를 짓고 해외로 도피하는 범죄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자료가 공개돼 미주 동포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이 발표한 법무부의 ‘최근 5년간 서울고검 관내 지검의 해외도피 자유형 미집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해외도피 사범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말은 곧 한국 내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해외로 도주하거나 잠적해 형을 집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연도별로 살펴 보면 2009년 158명, 2010년 197명, 2011년 217명, 2012년 236명, 그리고 2013년에는 6월을 기준으로 237명이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형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도피 사범 가운데 시효가 끝나 처벌이 불가능한 형미집행자는 최근 5년 동안 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한국에서 죄를 진 범죄자들이 어느 나라로 얼마나 나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얼마든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포 사회의 우려가 큰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범죄자들이 슬그머니 한인 사회에 들어와 잠복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경우를 보면 언제부터인가 탈북자를 가장해 난민 자격을 얻어 정착하는 한인 범죄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취재 도중 듣게 됐다.

 

캐나다는 이민자, 특히 난민들에게 이주의 문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넓게 열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을 거치지 않은 많은 탈북자들이 캐나다로 향했고 난민 지위를 받기 위한 신청을 했던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일단 탈북자들의 난민 신청을 받게 되면 1년 정도 심사 기간을 거쳐 난민 지위를 부여할지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정부가 이들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러한 점을 이용해 좋지 못한 방법으로 캐나다를 찾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탈북자는 캐나다에서 난민 신청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일부가 한국에서 체류했었던 사실을 숨기고 난민신청을 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탈북자가 아닌 일반인, 심지어 한국에서 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이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해 캐나다로 입국한다는 것이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탈북자 신원 조사 기간을 대폭 축소했고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난민 신청자의 신원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한인사회는 범법자들의 재범을 우려하고 있다. 한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또다시 비슷한 죄를 저지를 것이란 걱정인 것이다.

 

미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한인 관련 범죄는 바로 성매매와 금융사기 등이다. 지역 경찰이나 미연방수사국이 마사지팔러, 즉 마사지업소를 급습하면 어김없이 성매매 한인 여성이나 한인 업주가 체포된다. 워싱턴DC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애틀란타, 로스엔젤레스, 뉴욕 등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면 마사지업소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가 들어서고 결국은 경찰에 적발돼 언론에 보도되고 만다.

 

일부 한인들은 미국인들로부터 "너희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성매매를 많이 하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곗돈 '띄어먹고' 도망가는 일도 많고 얼마 전에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한인들의 융자 사기 사건이 대대적으로 드러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모두 해외도피 범법자에 의해 저질러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타고 한국에서 도망온 범법자들이 또다시 일을 저지른다면 한인 사회의 안정이 깨지는 것은 물론 한인 사회를 바라보는 타민족의 눈길도 곱지 않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이 해외로 도피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