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른 경제·금융 기관들도 동양그룹에 닥칠 위기를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속속 드러났다. 궁극적인 책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정경유착 의혹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동양사태에 대해 많든 적든 책임을 져야 할 기관과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정작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선 전혀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동양 피해자들에게 손실액의 극히 일부를 배상해 주는 선에서 동양사태가 일단락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동양사태 책임 기관들
◆갈수록 증폭되는 동양사태 연루자
이른바 '동양 국감'으로 불렸듯이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의 국감에선 일부 기관에 대한 동양사태 책임론이 불거졌다. 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금감원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국세청, 예금보험공사 등도 동양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은은 금융기관 공동검사 및 자료제출권 등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해 동양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은이 동양증권에 3차례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4년간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2009년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동양그룹의 탈·불법 경영실태를 확인했지만, 검찰에 고발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당시 국세청 모 국장이 압력을 넣어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예보 역시 동양사태를 짐작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월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투자자의 소송 가능성 등이 포함된 보고서를 만들어 금감원에 제출했을 뿐, 그 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홍기택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동양증권 사외이사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궁극적인 책임자는 박근혜 대통령?
궁극적으로 따진다면 박근혜 정부가 동양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에도 설득력이 있다. 박 대통령이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홍기택 회장 등으로 꾸린 '박근혜 경제사단'이 동양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신 위원장, 최 원장, 홍 회장 등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열렸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동양그룹 문제가 청와대까지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처도 하지 않은 것이다.
"서별관회의는 동양그룹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신 위원장과 최 원장의 해명에도 문제가 있다. 동양그룹 문제처럼 중요한 사안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지난 1월(미국), 5월(미국) 그리고 9월(베트남)에도 박 대통령 해외국빈방문 사절단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동양그룹 간 정경유착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 책임론으로 전이된 상황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현 회장을 박 대통령 해외순방단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 청와대의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루자는 많지만 책임질 사람 없다
동양그룹 경영진부터 경제·금융 수장들까지 모두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책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재로선 오직 금감원이 피해사례를 접수받고, 분쟁조정을 준비하는 게 전부다. 사실상 피해자들이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을 통해 손실액의 고작 몇십 퍼센트를 배상받는 선에서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될 가능성도 높다.
금감원 한 고위관계자는 "우선 피해자들이 배상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곧 마련될 동양사태 관련 설명회에도 많은 피해자들이 신청 접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관련자들의 공식 사과 또는 처벌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은 "피해자 배상은 물론이고, 동양그룹 측의 은닉 재산에 대한 검찰 수사도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양그룹 경영진의 공식사과,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에 대한 처벌 등도 필요하다는 게 홍 사무처장의 주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2월 초쯤 금감원장을 고발하려 했지만, 시기를 앞당겨 조만간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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