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미국 재무부가 '원화가 2~8% 저평가 돼 있다'며 외환보유고 규모와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경상 흑자의 대부분은 신흥 경제권으로부터 온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 우리는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9월까지 20개월째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3분기까지 누적 흑자액만 487억9000만 달러로, 한은은 올해 흑자규모가 총 630억 달러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 같은 흑자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말 미 재무부는 반기마다 내놓는 '주요 교역국의 경제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 폭을 늘리기 위해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원화가 저평가 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여 환율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환율과 같은 가격의 효과는 전 산업에 적용돼야 하는데 반도체가 휴대폰 등 특정부문으로 흑자가 났다"면서 "이는 비가격경쟁력을 가진 측면이 많다는 것으로 이를 (가격 효과라고)일방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수준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구조적으로 정착돼 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면서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므로 단기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동결하면서 6개월째 제자리에 묶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예산안 및 부채한도 협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금리의 발목을 잡았다. 김 총재도 이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다양한 형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 변화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는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김 총재는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서도 "현재의 성장전망을 유지한다"면서 "잠재GDP와 실질GDP 간 격차를 의미하는 국내총생산(GDP) 갭의 마이너스 상태도 내년 하반기쯤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 3.8%다.
소비자 물가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7% 오르며 1999년 7월(0.3%) 이후 1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월과 같은 1.6%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해 "무상보육 정책 등에 의한 하락 효과, 국제곡물가격 하향 안정세 등으로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을 동반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지만 김 총재는 "물가라는 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근원물가 쪽으로 수렴하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무상보육 등 정부 정책의 효과가 없었다면 근원물가는 2.1% 올랐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수도권에서 보이는 주택시장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상승세를 두고 김 총재는 "주택시장이 세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는 있으나 정착될 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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