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이 세계시장으로의 발걸음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재촉하고 있다. 이번에는 호주다.
중국이 호주와 10여년간 지속했던 FTA 협상이 17일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고 중국 관영언론 신화망(新華網)이 이날 전했다. 호주를 방문한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캔버라에서 앤드루 롭 호주 통상장관과 만나 FTA에 공식 서명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도 서명식에 함께했다.
이로써 지난 2005년 4월 시작된 긴 협상의 여정이 10년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만나 FTA 실질적 타결을 선언하면서 속도가 붙은 결과다. 이번 FTA 정식 서명으로 중국-호주라는 세계 12번째 규모의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됐다.
중국과 호주는 상품무역은 물론 서비스, 투자, 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등 10여개 분야에서 '전방위적이고 높은 수준, 이익균형 실현'을 위해 실질적 노력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중국과 호주는 FTA 정식 발표와 동시에 전체 수출액의 85.4%에 달하는 수출품에 무관세를 일시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호주의 유제품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해서는 일정 과도기를 두고 서서히 관세를 낮춰간다는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호주의 경우 무관세 범위를 100%, 중국의 경우 전체 세수의 96.8%, 수출액의 97%까지 확대한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무관세 범위 9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FTA 체결 후 양국 수익규모도 예상을 넘어설 전망이다. FTA 서명을 앞두고 호주는 향후 연간 최대 200억 호주달러(약 19조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중국-호주 FTA는 연내 발효될 예정이다.
호주는 또 FTA 발효와 동시에 중국에 수입 금지 분야를 설정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서비스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중국은 반대로 수입허용 분야를 지정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호주에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다. 투자 분야에서는 FTA 발효와 동시에 상호 최혜국 대우를 적용하게 된다.
중국은 호주를 동반자로 얻으면서 경제적 이익 창출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FTA 서명으로 중국이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호주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동참했다.
최근 중국은 세계 각국과의 FTA 체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총 13개 FTA 협정을 체결해 아세안은 물론 한국, 싱가포르, 파키스탄, 칠레 등 전세계 21개 국가 및 지역과 경제적 거리를 좁혔다. 여기다 오랜기간 공을 들여 호주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확보한 것.
즈루쉰(支陆逊) 중국 상무부 대외무역사(司·국) 부사장은 앞서 "중국은 글로벌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실크로드) 추진과 함께 FTA 범위를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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