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지난해 12월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하메네이 정권이 군대를 동원하여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천 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이란의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거워졌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항공모함을 중동에 급파하여 이란 정부를 겨냥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17일 이란과 2차 핵 협상을 마쳤으나, 만족할 만한 결과는 없었다. 지난해 6월 미국은 이란 핵시설을 기습 폭격했으나, 이란 하메네이 정부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축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하마스를 오랫동안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이스라엘은 하메네이 신정체제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 시절에 오바마 정부·이란 간 맺은 핵 협상을 파기했으며, 2기에 들어와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고립주의 행태와는 달리, 이란 핵 문제에 공세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미국 요구사항은 분명하다. 첫째, 우라늄 농축을 완전 포기한다. 둘째,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한다. 셋째,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살해행위를 멈춘다. 넷째, 테러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지한다. 이에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포기할 수 없으며 탄도미사일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버티고 있다. 만일 “미국이 공격할 경우, 항전하겠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최대 15일의 핵 합의 시한을 주었다.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 언론매체는 “전면전 가능성을 90%”로 진단한다. 트럼프 정부는 핵항공모함을 이란 인근 해역에 배치하였다. 외교적 협상이 실패할 경우, 대규모 군사 공격을 실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에 맞서 하메네이 정부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훈련을 빌미로 무력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초강경 자세를 보이는 배경을 살펴보자.
첫째, 지난 1979년 팔레비 왕조가 이슬람 혁명으로 붕괴한 후, 미국은 이란과 줄 곳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말 하메네이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무참히 살해하여 국제적으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트럼프가 이를 기회로 삼아 이란에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최후통첩을 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하메네이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둘째, 트럼프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외정책 성과가 절실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진전 없자, 승산이 높은 대이란 전쟁에 초점을 맞추어 ‘힘의 외교’ 성과물을 미국 국민에게 보이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셋째, 미 정부가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추진 중인데 하마스가 2단계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하마스의 배후 세력인 이란의 영향력을 끊고, 하마스가 협상안을 수용토록 만들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넷째, 중동지역에서 헤즈볼라, 후티 반군, 하마스 등 시아파 세력을 지원하여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부추겨온 이란이 핵을 보유할 경우,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아랍국가들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할 것을 우려하여 아예 싹을 자르려는 의도이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세로 이란의 신정체제가 흔들리고 있어 이란 정부를 항복시키거나, 정권을 교체하는데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다섯째, 중동에서 러시아·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전략이다. 러시아는 중동에서 시아파인 이란을 비롯해 시리아 알아사드 전 정부를 지지해왔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 회원이며, 이란 석유 수출량의 80%가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장기적으로 이란의 대중국 석유 수출을 통제하여 중국을 압박할 구상도 할 것이다.
미국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레드라인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협상 결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향후 미국과 이란 간 발생할 전쟁 시나리오와 국제사회에 미칠 파급영향을 생각해보자.
첫째, 트럼프는 ‘힘의 외교’를 주장하면서, 이란 핵 문제에 군사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란 정부도 결사 항전을 예고하고 있어 전면전이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가 막강한 공군력과 첨단무기 체계를 활용하여,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을 공격할 것이다. 만일, 현 신정체제가 지속될 경우,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세계 주요 테러단체들과 연계해 미국·이스라엘은 물론 서방국가를 대상으로 한 테러 행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지난 몇 년간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이란군 지휘부를 비롯해 하마스·헤즈볼라 지도부를 대상으로 암살 작전을 전개해 성과를 거두었다. 향후 이란 내 핵 과학자, 군지휘관·정치 지도자 등에 대한 CIA, 모사드 등 정보기관들의 무력화 공작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셋째, 미국·이란 간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어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그 해협을 지나가는 원유 선박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을 자극하여 세계 경제를 위협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핵심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단기간 내로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다.
넷째, 트럼프는 오는 4월 미중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어 그 이전까지 이란 공격을 종료하려 들 것이다. 중국이 이란과 밀접한 외교관계를 갖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정부의 ‘힘의 외교’에 불만을 터트리고 향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명분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대이란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를 고립시키고, 하마스를 압박하여 가자지구 평화구상 2단계를 밀어붙일 것이다. 트럼프는 19일 가자지구평화위원회를 발족하였으며,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향후 이란에서 발생할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여, 유가상승 등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검토하고, 교민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동맹국들과 협조하여 주요 테러단체들의 테러 동향을 점검하고 테러 행위를 사전 방지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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