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vs 배우, 허규…마치 '지킬 앤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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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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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브릭 멤버 허규[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무대 위에 있는 배우 허규를 보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그는 사랑하는 누나의 마음을 얻고 싶은 소년이었다가 순식간에 시니컬한 박사가 된다. 뱀파이어에 홀려 괴상한 계약을 맺지만 곧 뱀파이어가 가진 고독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한없이 순수했다가 다시 한없이 강렬해지는, 배우 허규는 상반되는 카리스마를 가졌다.

그랬던 그가 무대에서 노래를 할 땐 부드러워진다. 모던록, 브릿팝을 주장르로 하는 밴드 브릭(강현민 허규, 이윤만)은 무대 위에서 조근조근 위안을 읊조린다. 브릭이 노래하는 순간 관객은 이들의 사랑하는 이였다가 감사할 대상이었다가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대상으로 변한다.

최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규는 어쩌면 이 모두였다. 에어컨 바람이 세다며 옷깃을 여밀 때는 아이 같았고 한창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에 대해 말할 땐 천재 박사처럼 진지했으며 가끔 절친한 친구 겸 매니저에겐 쿨한 농담을 던졌다. 무심히 앉아 휴대전화를 보다가도 물이며 티슈, 수저 등을 가지고 와 다른 이들을 챙기는 다정함을 보였다.
 

'마마 돈 크라이'에서 프로페서 V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가수 허규[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년 같은 모습과 어른 같은 모습이 다 보여야 해서 '마마 돈 크라이'는 얼굴에서 나이 보이기 시작하면 하기 애매할 것 같아요. 아직까진 동안인 편이라 프로페서 V 역을 맡고 있긴 하지만 만약 제가 잠시 쉬다 돌아왔는데 늙어 있으면 더 이상 '마마 돈 크라이' 무대에 오르긴 힘들겠죠."

시즌4를 마무리짓고 잠시 '마마 돈 크라이'를 쉬어 볼까 고민하는 중이라는 허규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게 단순히 피부에 주름진 것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면 허규는 걱정할 필요 없을 듯하다. 이런 걱정을 하며 웃는 사이 사이 불혹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엔 여러 번 소년이 떠올랐다 사라졌으니까.

'마마 돈 크라이'는 사실 허규에겐 특별한 작품이다.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이 작품에서 허규는 유일한 초연 배우다. 매 시즌 참여한 그를 두고 뮤지컬 팬들은 '마돈크 장인'이라 하기도 한다. 허규는 이제 '마마 돈 크라이'의 상징이고, 또한 '마마 돈 크라이'는 현재의 허규를 만든 고마운 작품이다. 이를 계기로 허규는 '광화문연가', '마리아마리아' 등 여러 편의 뮤지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마마 돈 크라이' 허규[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같이 준비하던 배우의 목이 많이 상해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원캐스트로 무대에 올랐던 기억이나 넘버들이 탄생한 과정 등을 이야기하는 허규에게선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그는 아마 큰 이변이 없다면 이번 시즌을 마무리한 뒤 프로페서 V 역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전망이다.

그 사이 허규의 또 다른 얼굴, 브릭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14년 발매한 싱글 이후 오랜 시간 신곡 발표를 하지 않았던 브릭이 올해 드디어 새 앨범을 낸다. 정규가 아닌 싱글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신곡 발표로 그간 브릭의 음악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이 조금은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

"진작 컴백을 했어야 했는데 조금 늦어졌어요. 원래는 4월쯤 신곡을 내려고 했는데 그때 목 상태가 별로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아예 '마마 돈 크라이' 끝나고 조금 쉬면서 컨디션을 찾은 뒤에 녹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미뤄뒀죠. 아마 다음 달 중순께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브릭 멤버 허규[사진=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허규는 신곡이 신스팝 느낌의 노래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록에 전자 음악을 도입한 이 장르는 분명 브릭이 지금껏 해 왔던 음악과 조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인터뷰 말미 그가 언급한 조지 마이클이란 이름은 브릭의 다음 앨범에 대한 힌트가 될 것 같다. 1980년대 영국에서 댄스 록 비트의 붐을 일으켰던 왬!(조지 마이클, 앤드류 리즐리)의 2016 한국 버전을 브릭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진 않을지.

허규가 출연하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오는 8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12세 이상,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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