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LG이노텍 제공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LG이노텍이 생산직 현장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호봉제를 전면 폐지했다. 대신 성과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등적용할 계획이다. 대기업 노조가 있는 국내기업으로서는 최초다.
LG이노텍은 모든 현장직의 △임금 △평가 △진급 △교육 체계를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새롭게 바꿨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2년여간 노동조합과 면밀한 검토를 거쳐 세부 기준까지 최종 합의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기존의 연공적인 호봉제 체제로는 변화된 제조 환경과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에 회사측과 노조측이 인식을 같이한 데 따른 것이다.
LG이노텍은 우수 성과자에게 기본 임금 외에 ‘성과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 혁신활동 우수자 및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직원에게는 ‘수시 인센티브’를 통해 성과 창출 즉시 보상한다. 팀워크가 중요한 현장 업무 특성을 고려해 상위 10% 우수 조직에게는 ‘우수 라인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이같은 인센티브는 연봉의 30% 정도다.
인사평가도 달라졌다. LG이노텍은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 현장 팀장과 임원이 참여하는 ‘공정평가위원회’를 운영한다.
직원의 생산성, 품질, 아이디어 제안 실적 등을 분석해 조직 목표 달성 기여도를 평가한다. 평가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LG이노텍은 현장직 사원이 업무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할 수 있는‘발탁 진급제’도 신설했다. 성과와 역량이 탁월한 직원은 빨리 성장시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회사는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 도입에 발맞춰 직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현장직 교육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기술·품질·공정교육과 어학·경력설계 등 자기계발 과정이 함께 운영되는 등 현장직 사원은 연간 최소 48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물론 LG이노텍의 노사가 인사제도 개편안을 도출하기까지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협상 초반, 성과와 역량 중심 인사제도 도입에 대한 양측의 생각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노사가 수십 차례의 토론과 세미나, 벤치마킹 등을 통해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갔다"며 "현장직 인사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평가 공정성 등 노조의 우려에 대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자리잡은 호봉제는 임금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성과와 역량 중심 인사제도 도입은 직원의 업무역량 강화 및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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