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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일본은행이 6월 15~16일 이틀간의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존의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할 수 있는 내주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일단 지켜보기로 한 것.
일본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의 -0.1%로 동결하고, 연간 자산매입 규모를 80조엔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일본은행은 일본 경기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당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소폭 하락하거나 0%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국내 경기에 대해 "수출·생산 면에 둔화가 보이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소비자 물가는 당분간 소폭 마이너스에서 0%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 기조는 확실히 올라가고 있으며 2%를 향해 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정책 동결이 발표되자 도쿄 환시에서 달러/엔은 105엔이 붕괴되어 104.50엔까지 떨어졌다. 엔 가치가 2014년 9월 이후 최고로 오른 것이다. 엔은 유로 대비로도 2013년 1월 이후 최고를 찍었다.
증시도 급격한 반응을 보였다. 니케이지수는 1.1% 하락하며 오전장을 마감했으나 정책 발표 이후 낙폭을 키우며 오후장 들어 2% 이상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동결은 일본 경제를 끈질긴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서 건져내기 위한 아베노믹스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3년 전 실시됐으나 강력한 성장률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미미한 성장과 침체를 넘나들고 있으며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본은행의 노력도 좀처럼 소득이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는 반복해서 일본은행의 2% 물가목표가 위기에 처했을 경우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서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러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일부 정책위원들은 정책회의를 앞두고 내주 브렉시트 투표까지는 일단 관망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본은행이 이번 주에 행동에 나서더라도 만에 하나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금융시장 동요가 불가피해 일본은행의 정책 효과가 빛아 바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앞서 현지시간 15일 미국 연준 역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금리결정에 영향을 준 요인에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브렉시트 공포는 최근 수주 간 엔 가치를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 엔은 달러 대비 15%나 가치가 뛰었다. 엔고는 일본 수출업체 순익에 압박을 가해 임금 상승과 소비 지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엔저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이었다. 아베노믹스 초기에는 엔 가치 약세에 힘입어 일본 기업 순익은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유의미한 임금인상이나 소비지출 증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7월 회의로 옮겨가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28%는 6월에 추가 부양책을 예상했고, 55%는 7월 29일 회의에서 부양책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SMBC 닛코 증권의 마키노 준이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발표 전 블룸버그에 “이번에 부양책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그 시기는 내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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