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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 업무만찬 세션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 유 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제공 = 기획재정부]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경기부양 방법에 대한 '핑퐁게임'이 점입가경이다.
통화당국의 수장이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세계 톱클래스라며 재정정책이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자, 재정당국 수장이 재정여력이 별로 없다며 맞불을 놓았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재정정책은 쓸 만큼 다 썼다"며 돌발변수가 없는 한 내년 초까지 추가 재정보강 계획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기자들과 각각 만난 자리에서 기준금리와 재정 여력에 대해 서로 정반대의 의견을 밝히며, 경제위기 해법에서 온도차를 드러낸 바 있다.
유 부총리는 한국은행에 대해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것으로 해석될수 있는 발언을 한 반면,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면서 정부의 재정정책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유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했고 내년 본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1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계획도 발표했다"며 현재 국내 재정정책은 이미 '확장적'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문제는 재정정책이 얼마만큼 확장적이냐는 것"이라며 "더 화끈하게 (재정을 확대)하기에는 재정적자 걱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IMF·WB 연차총회 기간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들어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한 국제사회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6일 IMF·W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몇몇 국가들은 재정적 여력이 있고 이를 사용해야 한다"며 그 대상으로 한국, 독일, 캐나다를 꼽았다.
한편 유 부총리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유동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구노력이 중요하다는 원칙도 다시한번 확인했다.
유 부총리는 "도저히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없고, 자구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면 법정관리를 포함해 모든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자구노력으로 헤쳐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내년 한국경제 변수로는 구조조정 문제를 꼽았다.
그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겠지만 대내적으로 구조조정을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불확실한 대외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에 대해서는 "재정·통화정책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유 부총리는 보호무역주의와 관련 "보호무역주의는 정치·사회적 현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이 문제는 사회적 현상으로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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