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산지 둔갑' 관리 부실... 면세시장 무법지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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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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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청 '사후약방문식' 대처·검찰 국민 억울함 호소에도 '나몰라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을 찾은 내·외국인들이 화장품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원산지 표시 위반 업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져 면세시장이 무법지대로 전락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산지 관리 대상이 광범위하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수 모니터링을 할 수가 없다'는 당국의 안일한 방침이 불법 제품을 유통시키는 업체들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특히 원산지 표시 위반 업체에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체들이 수차례 검찰에 고소 및 고발을 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없었고, 이번 중국산 레깅스 원산지 세탁 사태(본지 18일자 1면 단독)가 터진 후에도 빠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 관세청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원산지 세탁은 '재탕 삼탕'

관세청의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원산지 세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원산지 세탁 문제가 커진 뒤 늑장 대처로 인해 애꿎은 중소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돼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23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레깅스(브랜드 '렛츠다이어트')를 한국산으로 원산지를 세탁한 중국 수출입 및 유통무역회사 CK무역 관계자들이 여전히 잠적, 관세청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CK사무실]

관세청이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이 중국 국적의 조수봉 CK무역 대표가 중국으로 도주한 뒤라 CK사무실 위치를 알고도 본격적인 수사를 할 수가 없는 것. 더구나 CK무역 측이 중국 현지 업체를 통해 물품(보따리상 등)을 들여와 관세청에는 수입과 수출 내역도 없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때를 놓쳤다. CK무역이 무자료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기획재정위원회, 정책위의장)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관세청의 여행자 휴대품 검사율은 1.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2000만명 수준이었던 입국자 수가, 2015년 3000만명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검사인력의 한계로 검사건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이렇다 보니 중소 레깅스 업체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A온라인 쇼핑몰 대표는 "기사 보도 후 '렛츠다이어트' 판매를 이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의 입장이 모호해 일단 판매를 중단한 상태"라며 "소매상들보다 도매상들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B도매상은 "정부가 중국으로 도피한 조 대표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눈 뜨고 코 베인 꼴"이라며 "CK무역은 조만간 다른 브랜드를 가지고 또 시장의 물을 흐릴 것"이라고 전했다.

◆ 검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국민 억울함 호소에도 '나몰라라'
 

[▲아주경제DB]

검찰이 중소기업체들의 호소에 귀만 기울였어도 CK무역의 원산지 세탁 건을 막을 수 있었다.

일부 의류업체들이 국민신문고와 검찰청에 원산지 위반에 대한 건을 고발했던 것. 실제 일부 업체가 3분기에 해당 건에 대한 고발을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접수 완료 우편물만 받았다. 이후 검찰에 전화했으나 돌아오는 검찰 측 답변은 '급하면 경찰에 가서 신고해라'였다"며 "관세청에도 해당 건에 대해 신고를 했으나 검찰 측 답변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거리]

결국 검찰과 정부의 무관심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더욱 부추긴 꼴이다. 게다가 CK무역에 앞서 지난해 'M업체'가 2년여에 걸쳐 중국산 제품 20만개를 한국산으로 속여 국내·외에 유통한 바 있으며, 이들 일당의 불구속 입건이 업계에 알려진 것은 6개월이 채 안 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관세청과 사정기관 등 정부 부처 간 긴밀한 협조가 필수"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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