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분당 가속화, ‘탈당 규모 1차→반기문 결합 2차 분수령’…관전 포인트는

  • 반기문 거취 따라 2차 탈당 가능성·정책적 차별화·潘-신당 코드·보수층 전략적 선택 변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8차 촛불집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100m 안국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행진을 하며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권발(發) 정계개편이 여의도 정국을 덮쳤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는 오는 27일 대규모 탈당에 앞서 25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보수신당 합류 결집에 나섰다. 비박계 원외 당협위원장 37명은 이날 신당에 참여키로 했다. 비박신당의 명칭은 ‘개혁보수신당’(가칭)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현역 의원 20명)가량의 보수정당 분당(分黨)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조기 대선판의 4자 구도 빅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87년 체제 이후 4당 체제는 1988년 총선 직후인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신민주공화당’ 체제밖에 없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난 1995년(신한국당)과 1998년(한나라당) 집권당에 몸담았던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측근 9명과 8명을 데리고 시베리아 벌판으로 뛰쳐나갔지만, 정계개편 ‘판 흔들기’에 그쳤을 뿐 보수 제1당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親朴의 뒤집기냐’ vs ‘非朴의 굳히기냐’

이날 여야와 정치전문가에 따르면 여권발 정계개편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1차(오는 27일) 집단 탈당 규모다. 애초 비박계 내부에선 집단 탈당 선을 35명 안팎으로 전망했다. 앞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비박계 31명은 지난 21일 탈당을 결의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탈당 의사가 확인된 의원은 3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을 거치면서 비박계 탈당 원심력이 다소 주춤하는 기류도 읽힌다. 정우택 원내대표를 필두로 친박(친박근혜)계의 전방위적인 설득이 주말 내내 계속된 데다, 새누리당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인명진 목사가 첫 일성으로 ‘최순실 청문회’ 사전모의 의혹을 받는 이완영 의원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히는 등 본격적인 비상체제에 돌입해서다.

또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재창당 혁신 추진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물밑에서도 원유철 의원 등 40∼50대 의원 12명은 ‘새로운 보수를 위한 4050클럽’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선 애초 35명 선에서 4∼5명이 이탈, 집단 탈당 규모가 30명 선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귀국하는 시점까지 탈당 결정을 미루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발 정계개편에 휩싸인 20대 국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潘+신당 시너지 관건…보수층 전략적 선택도 딜레마

내년 1월 중순 귀국하는 반 총장의 거취에 따라 2차 순차 탈당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오는 27일 집단 탈당 규모가 개혁보수신당의 1차 분수령이라면, 반 총장과의 전면적 결합은 2차 분수령인 셈이다. 이 지점이 두 번째 관전 포인트다.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개혁보수신당의 이념적·정책적 딜레마 극복이다. 개혁보수신당은 법인세 인상과 누리과정(만 3세∼5세 무상보육) 예산 등에서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지만, 이는 야권의 영역이기도 하다. 야권은 한발 더 나아가 기본소득제를 통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안보에선 개혁보수신당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이념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개혁보수신당과 반 총장의 지지층이 상충한다는 점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개혁보수신당의 지지층은 수도권·50대 미만·중도진보 및 중도보수층인 반면, 반 총장 지지층은 (친박계의) 새누리당 지지층과 코드가 맞다. 반 총장을 데려오기도 힘들지만, 데려와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 여부다. 그간 될 사람을 밀어주는 ‘전략적 선택’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진보진영 등 야권 고민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수 지지층이 갈림길에 섰다. 1995년 민주당을 탈당한 JP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달성했지만, 제1당은 139석의 신한국당이 차지했다. 1997년 대선 과정에서 탈당한 이인제 전 의원은 19.2%의 득표율을 차지했으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두 배가량인 38.7%를 득표했다.

다만 지금은 그 당시와는 다른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점에서 보수 지지층이 강력한 인물 구심점(대선 후보)이 있는 당을 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야당 한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며 “반 총장이 개혁보수신당으로 갈 명분만 축적된다면,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정병국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박계 비상시국위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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