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수·금액 고꾸라진 ISA…실패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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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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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SA 다모아]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만능통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상품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초반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수수료 체계, 상품 구조, 금융사의 운용 능력 등 출시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 재형저축과 같이 실패한 정책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 ISA 다모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은행권 ISA 가입자 수는 218만0225명으로 전월인 11월보다 8200여명 순감했다. 계좌를 해지한 고객이 새로 가입한 고객보다 많다는 의미다. 증권이나 보험업권에서는 가입자가 꾸준히 감소해왔으나 은행권에서 순유출 현상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ISA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가입자 증가율이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데 이어 가입자 수까지 순감하며 ISA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입액도 감소세다. 지난해 7월 큰 폭으로 꺾인 가입액은 이후 소폭 상승하는 듯싶더니 지난달(973억원)에는 전월대비 47% 감소하며 주저앉았다. 가입금액 역시 가장 높았던 지난해 4월(4850억원)과 비교해 80% 감소했다. 출시 초기 전 금융권이 과열 마케팅 경쟁을 벌였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실적이다.

은행의 ISA 계좌에서 이탈하는 투자금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애초 기대했던 것에 비해 수익률이 시원찮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에서 내놓은 은행권 모델 포트폴리오(MP) 상품 대부분이 실패했다. 지난해 출시 이후 12월 말까지 일임형 ISA MP 47개 중 18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0%대에 그친 것도 17개에 달했다. 여기에 은행의 수수료 0.8%를 제외하면 수익률이 플러스여도 사실상 손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ISA는 돈을 5년이나 묶어놔야 하기 때문에 시행 전부터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이는 영국과 일본의 ISA가 서민·중산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가입기간을 철폐한 것과는 정반대다.

업계에서는 은행의 운용 인력과 전문성 부족을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은행은 ISA 출시 후 뒤늦게 일임형 상품 취급 인가를 받았다. 또한 증권사는 모델 포트폴리오(MP)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재조정해 손실을 줄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다. 하지만 은행은 상대적으로 대처가 느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세제 혜택을 강화한 ISA 시즌2를 하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근로소득자·자영업자·농업인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가입대상을 대폭 늘리고, 중도인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가입 문턱이 낮아지고 시장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해 수익률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ISA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업계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ISA 시즌2가 도입되면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다른 상품과 차별화된 수익률을 확보하는 등 금융업계의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불완전판매, 세제혜택보다 수수료가 더 부과되는 구조상 문제를 계속 안고 간다면 결국 고객들만 손해보는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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