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구성원 간의 '화합'을 강조하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법원은 이번 주 이뤄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의 비위 사실 통보를 앞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오전 10시 지난 1일자로 개원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이하 수원고법)의 개원식에 참석해 "중후표산(衆煦漂山)이라는 말이 있다"며 "많은 사람이 내쉬는 숨결은 산도 움직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배들 경험을 존중하고 후배들 의견을 경청하며 한 발자국씩 서로 양보하고 화합한다면 현재의 어려움은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 역시 법원 가족들의 맨 앞에서 주권자인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함께 나아가겠다"면서 "우리 모두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법원 내부에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 문제를 놓고 이견이 발생하자 김 대법원장이 직접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을 빠르면 금주 내에 재판에 넘기고 법원에 비위 사실을 통보할 계획이다. 검찰 통보 직후 법원은 해당 판사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법원장은 이 과정에서 법원 내·외부 의견을 골고루 수렴한 후 징계를 청구하거나 재판업무에서 배제할 판사 범위를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앞서 법원 내부에서 연루 법관들에 대한 징계가 한 차례 이뤄졌고, 추가 징계에 부정적인 법원 구성원이 다수라는 점을 고려해 김 대법원장이 대상 범위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개원사를 통해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 회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법권은 주권자인 국민이 사법부에 위임한 것이므로, 국민 신뢰는 사법부 존재와 존립의 근거"라면서 "사안의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 주장에 한층 더 귀 기울여달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법원 구성원 스스로 공정한 재판이 확립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정치권의 지나친 판결 비판 행태도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은 법원이 어떠한 사회세력이나 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아니한 채 헌법의 명령에 따라 오직 법률과 양심에 의해 공정하게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이는 헌법이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사법신뢰의 탑을 쌓는 출발점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재판"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 진행과 충실한 심리를 통해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좋은 재판을 해야 할 의무가 저를 포함한 우리 법원 가족 모두에게 있다"고 했다.
이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구속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사법부를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김 지사의 판결문 분석 행사를 진행하며 법관 탄핵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수원고법은 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 등에 이은 6번째 고법이다.
기존에 서울고법이 관할하던 수원지법 및 산하 지원(성남·여주·평택·안산·안양) 등 5개 지원의 항소심 사건을 접수해 처리한다. 이에 따라 경기 남부 지역들이 서울 서초동 법원 종합청사까지 오가야 했던 수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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