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아파트 담보인데 이주비 대출 4%대...둔촌주공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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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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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기 직전 둔촌주공 아파트 모습. [사진=아주경제 DB]

"서울 한복판에 조합의 땅이 있고 일반분양시 수십대 일의 경쟁률이 예상될 정도로 인기 지역인데 조합에 빌려주는 대출이자가 너무 높다. 5000가구가 연 1%만 이자를 더 내도 매년 손실되는 금융비용이 수백억 원이다. 일반 전세자금대출도 3% 초반인데 조합이 일반 대출자들보다 왜 더 높은 금리 부담을 안고 있는지 모르겠다."

올 상반기 강남권 분양시장 최대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송파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이주비 대출이자가 4%대에 달하는 고금리로 책정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둔촌주공은 중소형 주택형 아파트값이 20억 원대에 육박해 은행 입장에서는 우량담보다. 그럼에도 일반 대출에 비해 금리가 턱없이 높게 책정되면서 이주비 대출 갈아타기로 고통 받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12일 조합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아파트의 이주비 대출 이자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가산금리(2.5%대)를 더해 연간 3.9~4.5%대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비 대출은 조합원들의 토지와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보증을 담보로 조합원 권리가액의 40%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가능하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는 사업전망이 밝고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은행에서 우량자산으로 분류한다. 현지 부동산에 따르면 둔촌 주공아파트 공급면적 122㎡(37평)형 배정 실거래 가격은 19억3000~19억5000만 원 선으로 20억 원에 육박한다. 때문에 재건축 단지들은 개인 주택담보대출자에 비해 우대금리를 적용받아왔다.

실제 둔촌주공의 이주비 대출 가산금리는 비슷하게 재건축 사업이 추진된 강동구 고덕동 자이아파트, 성내재정비촉진지구 내 4구역보다 1.2~1.5%포인트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대출 업무를 담당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재건축 집단대출은 안전대출이라 금리혜택이 다른 물건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데 4%대 이자는 당시 기준금리가 높았다고 해도 사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보기 힘든 금리"라며 "이 단지의 경우 세대수가 많아 대출규모(약 3조원)가 워낙 컸고, 건설사 컨소시엄 시공으로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대주단과 조합원간 간의 협상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시공사가 어디인지, 조합이 얼마만큼 협상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단지의 경우)그 부분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원래 이주비 대출이자는 조합이 부담하고 사후에 사업비에서 공제해 가구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돈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이 조합의 이주비 대출이자 대납을 배당행위로 간주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면서 가구가 직접 부담할 처지가 됐다.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주비 대출을 전세자금대출, 개인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대출 갈아타기' 현상이 활발하다.

익명을 요구한 둔촌주공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 규모를 3조 원으로 잡고 인근 재건축 단지와 금리를 비교하면 우리가 연간 500억 원의 금융비용을 더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면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부담액이 가구당 7000만 원에 달해 추가분담금과 함께 물리적, 심리적 압박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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