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명확한 거부의사 없었다고 나체사진 촬영동의 단정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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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3-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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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잠든 여성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았다”며 “증거법칙에 위배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4월 새벽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피해 여성 B씨의 하반신 등 나체 사진 2장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운영하던 유흥업소에 손님으로 친분을 유지하던 중 외상 술값을 갚겠다며 술취한 B씨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사진 촬영 전 A씨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사진 촬영 당시 피해자는 잠들거나 잠들기 직전으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혹여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말에 긍정 투로 대답했더라도 심한 수위의 사진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무죄선고를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촬영을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B씨가 술에 취해 촬영에 동의하고서도 이를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자는 술에 만취해 판단 능력이나 대처 능력을 잃은 상태에 있었음이 분명하다"며 "A씨는 사진 촬영이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동의를 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사진=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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