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전국구 병원 뚫리면 현장 의료공백 불가피…상급병원 쏠림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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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김태림 기자
입력 2020-04-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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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아산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대형병원 코로나19 감염자 나와

  • 전국구 상급병원에 감염자 나오면 원내감염, 지역사회 전파 심각.

  • 응급실, 병동 일부 폐쇄되면서 대규모 의료공백 사태 우려...중증 환자들 패닉

아산병원[아산병원]


국내 대형종합병원들이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전국구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과 경기 의료권의 중추인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병원 내 감염이 상급병원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형병원이 코로나19 감염우려로 폐쇄되면 중증 환자들을 위한 의료공백 사태가 커질 수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태 때마다 문제점으로 거론된 상급병원 환자쏠림 완화를 위한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아산·의정부성모병원...무증상 잠복기 환자에 당했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전날 9세 아동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입원 당시에는 이 아동이 발열, 호흡기증상 및 폐렴 소견이 없었다"면서 "의정부성모병원이 고위험의료기관으로 분류돼 이 병원을 거쳐온 환자를 선제적 관리하자는 차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가 양성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과 서울시는 CCTV분석을 통해 직·간접 접촉자 총 500여명을 격리했다. 현재 500명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9세 확진자는 고도격리음압병실로, 그와 같은 병실을 쓴 5명의 아동은 1인실로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의정부성모병원에서도 이날까지 13명의 감염자(사망자 1명)가 나왔다. 환자 5명과 직원 6명, 가족2명 등이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1일(8명), 이날 6명 등 꾸준히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첫 확진자도 약 5시간 만에 사망했다. 
 
대형병원이 코로나19에 뚫리면서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패닉에 빠졌다. 서울아산병원과 의정부성모병원은 전국에서 환자들이 집결하는 국내 최대 병원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총 병상수가 2700개에 달하며, 의정부성모병원도 720여개 병상을 운영중이다. 특히 응급실과 소아병동이 차례로 코로나19 잠복기 환자들에게 노출되면서 면역력에 취약한 암, 아동 환자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아산병원 측은 예방적 차원에서 해당병동과 소아응급실, 응급 MR실, 혈관조영실을 폐쇄하고 방역 조치를 완료했다. 접촉한 52명의 의료진은 추가 감염 예방을 위해 2주간 자가격리될 예정이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이날부터 모든 외래진료를 중단하고 오는 5일까지 전면 폐쇄한다. 의정부시는 역학조사와 직원 감염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재개원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는 중단되지만 이미 입원중인 환자는 기존대로 치료가 진행된다"면서 "문제는 중증환자인데 경기북부에 중증환자 케어가 가능한 대형병원이 여기뿐이라 의료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면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의 상급종합병원같이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이 감염에 노출되면 의료 대란이 올 수 있다"면서 " 응급환자들을 볼 인력이 격리되고, 병원마저 폐쇄되면 현장은 그 자체로 패닉"이라고 토로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 막아야...환자 외래진료 공유하는 플랫폼 구축 대안
 
대형병원 폐쇄로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태가 터질 때마다 쏠림 현상이 반복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같은 이른바 빅5 병원에는 전국에서 하루평균 1만명가량의 내원환자가 방문한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표한 '대형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완화정책의 현황과 방향' 자료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진료비는 2005년 1조2016억원에서 2012년 2조8893억원으로 7년간 140.4%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의원 진료비는 55.2% 늘었다. 특히 암, 외혈관, 심장질환 등 중증질환 건강보험 진료비의 경우 전체의 50% 이상이 상급종합병원에 지출됐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은 의료 과소비가 심하고,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면서 "쏠림현상이 심화되면 중증 환자들이 경증 환자에 밀려 상급 병원을 못 가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당국에서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도 경증은 1,2차 병원으로 가도록 당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의 질을 따지는 개인과 의료의 합리성을 생각해야하는 정부의 입장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공급자와 정책담당자가 지역보건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연결하는 '건강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공급자간 진료정보가 공유되고, 의료 서비스가 연계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외래진료의 일관성과 질이 향상되면, 불필요하거나 계획되지 않은 고비용 입원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일차 의료 기능의 향상은 자연스럽게 단계적 진료환경을 조성하고, 의료 질과 효율성을 담보해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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