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대구’ 언급한 文대통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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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5-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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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 후 세 번째 5·18 기념식 참석…‘오월 정신’ 화두로 제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를 찾았다.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로 기념식을 참석했다.

5·18 기념식이 옛 전남도청인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것은 1997년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광장이 항쟁 당시 ‘본부’였고 광장 분수대를 연단 삼아 각종 집회를 열며 항쟁 의지를 불태웠던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됐다”고 장소 선정 배경을 밝혔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열린 기념식은 5·18 유공자 및 유족, 민주・시민단체 주요 인사 등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대통령 내외 입장 △개식 선언 △오프닝 영상 △국민의례 △경과 보고 △유족 편지 낭독 △기념사 △헌정 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폐식 및 대통령 내외 퇴장 순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국면서 광주·대구 간 지역적 연대 언급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대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 진행된 기념식에서 “오월 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며 만들어진 것”이라며 ‘오월 정신’을 강조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1980년 5월 철저히 고립됐던 광주를 떠올리며 “광주시민들의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과 나눔이, 계엄군의 압도적 무력에 맞설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며 지금도 살아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이 됐다”면서 “19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총칼에 이곳 전남도청에서 쓰러져간 시민들은 남은 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산 자들은 죽은 자들의 부름에 응답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했다”면서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민주화 운동이 되었고,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역사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 한 건의 약탈이나 절도도 일어나지 않았던 당시의 광주 시민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그 정신은 지금도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보여준 광주와 대구의 지역적 연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병상이 부족해 애태우던 대구를 위해 광주가 가장 먼저 병상을 마련했고, 대구 확진자들은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면서 “‘오월 어머니’들은 대구 의료진의 헌신에 정성으로 마련한 주먹밥 도시락으로 어려움을 나눴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나라면 그날 도청에 남을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 대답이 무엇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우리는 그날의 희생자들에게 응답한 것”이라고 자답하면서 “오월 정신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 청년의 말을 인용, “5·18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아직 5·18정신이 만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들에게 용기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재발견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정신”이라며 청년 세대에게 오월 정신 계승을 당부했다.

◆文대통령, 1묘역 대신 2묘역 찾아 故 이연씨 가족 위로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기념식장에 들어섰다. 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문 대통령 부부는 미리 도착해있던 정당 대표들과 유족들에 차례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자리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경과보고를 마친 5·18 유공자 및 유족 자녀인 김륜이(조선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씨와 5·18 유족 자녀인 차경태(조선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씨가 연단에서 내려오자 직접 악수를 청했다.

문 대통령은 항쟁 당시 희생된 고(故) 임은택씨의 아내 최정희(73)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자 침통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문 대통령 부부는 낭독을 마친 최씨와는 악수를 하며 위로를 건넸다.

김광진의 ‘편지’를 노래한 가수 김필의 공연이 마무리되자 문 대통령은 태극기가 게양된 옛 전남도청을 뒷배경으로 연단에 올랐다. 뒤편에는 당시 계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 200여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전일빌딩이 보였다.

전일빌딩은 현재 최초 발견된 총탄 수 245개를 빗대 ‘전일빌딩 245’라는 이름으로 복합문화시설로 새로 개관했다.

문 대통령은 헌정 공연 후 이어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과 제창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 헌화·분향했다.

기념식 후 1묘지 대신 2011년 12월 완공된 2묘역으로 향한 문 대통령은 그곳에 안장된 고(故) 이연씨의 묘역을 참배했다. 2묘역을 현직 대통령이 찾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11년 12월 완공된 2묘역은 평장(유골안장) 형태로 1184기까지 안장 가능한 규모이며, 2017년 첫 안장을 시작으로 77기가 안장돼 있다.

이씨는 전남대학교 1학년 재학 중 YMCA 회관 내에서 계엄군과 총격전 중 체포됐고, 전신을 구타를 당해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문 대통령은 이씨의 묘비 가까이 다가가 쪼그려 앉고 묘비를 쓰다듬으며 “한참 좋은 나이에 돌아가신 것을 보면 (항쟁) 그 이후에도…”라고 말했다. 1961년생인 이씨는 지난해 숨져 2묘역에 안장됐다.

이씨의 부인은 “트라우마가 있었다”면서 “아주 가끔 이야기하는 것은 옆에서 총을 맞아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앞에 자기는 부끄럽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온 이씨의 딸에게 “따님도 이리로 와요”고 말하며 부인을 향해 “따님이 계시니까 힘을 내시라”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씨의 딸이 흐느끼자, “아빠의 트라우마는 어쩔 수 없어도, 우리 따님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동행한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1990년도까지는 폭도라 해서 병원에 가지를 못했다”면서 “당시 구속자나 부상자는 다친 후 바로 치료 받지 못하고 숨어서 치료를 받았고 더 악화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요즘은 육체적인 치료, 정신적 고통 등 트라우마 치료는 좀 제대로 받습니까”라고 묻자, 이 회장은 “아니다. 광주에 병원을 하나 건립해주면 바람이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트라우마는) 평생을 계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트라우마 심리치료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장은 “2묘역이 기존에 계곡이어서 비가 오면 물이 고인다”면서 “비가 올 때 잠기지 않도록 대통령님이 배려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묘역에서 기념식을 했는데 처음으로 도청 광장으로 기념식장을 옮겼다”면서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으면 훨씬 더 규모가 있게 (했을텐데) 아쉽습니다만, 첫발을 뗐으니까”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 제2묘역에서 고(故) 이연씨 묘에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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