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베, 또 한국 찬스?'...윤미향 사태 주시하는 日 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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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6-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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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주 20%대 지지율 붕괴 이어 연이은 하락...'보수' 산케이 조차 최저 수준 돌입

  • 우리 정부 '수출 규제' 답변 요구 무시...이용수 기자회견 상세 보도해 여론전 몰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비상사태와 검찰 마작 스캔들이 연이어 불어닥치자 아베 내각 지지율은 사실상 정권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붕괴'하고 있다. 진퇴양난에 처한 아베 총리와 일본 자민당은 정국 돌파를 위해 윤미향 사태 등을 걸고넘어지며 '반(反)한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1일(현지시간) 교도통신(5월29∼31일)과 산케이신문(5월30∼31일)은 각각 자체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39.4%와 36.4%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의 이번 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은 같은 달 8∼10일 이전 조사보다 2.3%p(포인트) 하락했다.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사학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던 당시인 2018년 5월에 이어 2년 만이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5%에 달해 비판 여론이 지지 여론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보수 매체인 산케이신문과 FNN(후지뉴스네트워크)의 합동조사에서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앞선 조사(5월9~10일)보다 7.7%p나 감소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0.6%p나 증가해 52.5%를 기록해 지지율을 역전한 상태다.
 

'아베노마스크'를 쓰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P·연합뉴스]


◇'일본 국민도 지쳤다'...코로나 엉망 대응에 마작검사 감싸 안자 지지율 급락

이들 매체는 내각의 지지율 하락에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구로카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 검사장의 마작 스캔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했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응답자의 78.5%는 구로카와에 대한 처분이 약하다고 밝혔으며, 여당인 자유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도 67.3%가 훈고 처분은 약하다고 응답했다. 산케이신문의 조사에서는 무려 응답자의 80.6%가 해당 처분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마작 스캔들이란 아베 정권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구로카와 전 검사장이 코로나19 비상사태 기간에 기자들과 밤새 내기 마작을 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며 그는 사표를 제출했지만, 일본 법무성은 정식 징계를 내리지 않고 고액의 퇴직금을 그대로 지급하기로 해 다시 한번 논란이 됐다.

아베 내각의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응답자의 81.2%는 일본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1인당 10만엔(약 115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의 실제 지급이 늦다고 답했으며, 77.4%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 규모를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이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은 일명 '아베노마스크'라 불리는 다회용 천 마스크 지급 정책 시행과정에서 납품 업체들이 검품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가 배포 기한을 맞추기 위해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마스크 납품업체와의 계약서에서 "숨은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을(고와)에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다"는 이례적인 면책 조항을 넣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4월 1일까지 일본 전체 가구당 2매에 해당하는 1억3000만장 규모의 천 마스크를 일률 배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기한 내 지급되지 않았을뿐더러 도착한 상당수의 아베노마스크에서 이물질이 섞인 불량품이 나와 비판을 받았다. 아베노마스크의 배포율은 5월 29일 기준 여전히 37%(4800만장)에 그친 상태다.
 

구로카와 히로무 전 일본 도쿄고검 검사장[사진=AP·연합뉴스]


◇'反韓' 아베 정권, '윤미향 사태' 호재에 우익 지지층 결집 시동 

앞서 지난주 마이니치신문(27%)과 아사히신문(29%)의 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사실상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2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야당은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감이 쌓여 지지율이 무너지고 있다고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자민당 내부에선 지지율 급락으로 동요가 심해지며 6월 총리교체설까지 돌기도 했다.

벼랑 끝까지 몰리며 내외부적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은 지지율 급락 때마다 들고나왔던 '한국 때리기'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친아베 정권 매체들은 앞장서 반한 여론전에 나섰고, 총리 관저에선 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인 지난달 31일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지정한 수출 규제에 대한 답변 시한을 '무시전략'으로 대응하는 한편, 자민당 측에서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태를 입에 올리며 갈등 국면을 키우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용수씨의 정의연 기자회견을 연일 상세히 보도 중이다. 아울러 극우 성향 논객들을 동원해 여론전을 펼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2015년 한·일 합의의 불꽃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이날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며 합의 당시 일본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 목소리를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은 나가시마 아키히사 중의원의 "(이용수씨의 기자회견은) 문재인 한국 정권이 펼쳐온 역사 공세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는 '메가톤급' 증언"이라는 평가와 익명의 의원이 "(한국이) 언제 손바닥(입장)을 뒤집을지 모르기 때문에, 일본은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둔 채 한국 측에 합의 이행 약속을 지키라고 계속 요구하면 될 것"이라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2차 기자회견 중인 이용수씨.[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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