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군생활 중 자살한 부사관 A씨의 가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에서 인성검사에서 자살예측 결과가 나온 경우 구체적인 조치에 관한 직무상 의무를 확인하고 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등을 신중히 살펴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대학을 다니다가 2012년 해군 부사관에 지원해 입대했다. 이후 수중 음향 탐지기를 조정ㆍ정비하는 음탐사 교육을 받던 중 그해 9월에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자살이 예측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의 소대장 하사 B씨는 인성검사 결과를 토대로 면담을 했으나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기록한 후 면담을 끝마쳤고 상관에게 면담결과나 인성 검사결과를 알리지 않았다.
이어진 상사 C씨도 면담을 진행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군은 A씨의 신상등급을 B급(개인적인 고민으로 직무수행에 다소 지장을 초래하나 사고 발생의 우려는 없는 자)에서 C급(신상에 문제점이 없는 자)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A씨는 음탐부사관으로 함정에 배치 받고 난 뒤 2013년 5월 1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A씨의 심리부검을 한 법원감정인은 “A씨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자존감을 유지해 왔다”며 “자신의 감정을 억압했기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성향상 부대 지휘관과의 면담은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는 반면, 비밀보장이 되는 외부 심리상담 전문가와 상담을 했다면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토대로 부대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A씨의 가족은 “검사결과 A씨의 자살이 예측되는 등 A급 보호관심사병으로 분류돼 보호와 관리를 받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가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매달 있었던 상담에서도 A씨는 특별히 자신의 고민이나 심리적 갈등에 대해 토로하지 않았고 인성검사를 토대로 하사 B씨가 진행한 면담에서도 A씨가 ‘지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며 “부대 생활에서도 통상적인 부담감 이상을 표출한 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계자들이 사고에 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2심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급 보호관심사병이 됐더라도 외부 상담전문가와 상담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소속함 관계자들이 A씨의 우울증상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외부 상담전문가에 의한 상담을 받게 하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의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대법원은 “인성검사에서 자살예측의 결과가 나타난 이상 A씨에게 자살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인성검사 결과를 활용해 후속조치를 할 직무상 의무를 과실로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자살우려자로 식별되거나 A급 보호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면 정신과 군의관의 진단 등을 받도록 하고 진단결과에 따라 입원 또는 외래치료를 실시하거나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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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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