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재협상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투입될 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악재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당초 예상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더욱 많이 받아야 한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회사 정관에 규정돼 있는 발행 주식 총수 한도를 기존 8억주에서 13억주로 확대한다. 아울러 전환사채(CB)의 발행 한도도 기존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임시 주총은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자본 확충을 위한 준비 단계로 분석된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새로운 주인이 될 현산 측의 유상증자에 대비해 발행 가능한 주식 총수를 6억주에서 8억주로 확대해 놓은 상태다. 이번 임시 주총은 현산 측 유상증자 외에 별도의 자본 확충을 위한 작업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기간산업안정기금과 최근 채권단과 현산의 인수 재협상 움직임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최근 채권단과 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상에 착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자금 지원이 급한 아시아나항공이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는 3228억원을 구주 인수 가격으로 금호산업에 지급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신규 자금 2조1772억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짜여졌다.
그러나 이번에 양측이 재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달 27일로 예정됐던 인수 종료 시점은 연말까지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실행될 수 있었던 유상증자가 6개월가량 연기되는 셈이다.
아울러 재협상 테이블에는 인수대금 조정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산 측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가치가 크게 낮아진 만큼 기존의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주 인수대금(3228억원)에 대한 조정을 금호산업이 응할지 미지수다. 결국 유상증자를 위한 2조1772억원의 규모가 조정되기 십상이다. 이렇게 된다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금융권과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존보다 기간산업안정자금 등을 더 많이 지원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이 추가로 5억주나 주식 발행 총수를 늘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확충 준비 차원에서 주식과 CB 발행한도를 각각 확대하는 것"이라며 "기간산업안정기금을 고려한 결정은 아니고, 매각 이슈와 코로나 이슈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대주주인 현산 측이 신규 자금을 줄여서 투입키로 한다면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손 벌릴 곳은 정부·산은 밖에 없다"며 "향후 재협상 과정에 따라서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요청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정부는 항공과 해운 등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규모의 기금을 구성해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지원금의 15~20%를 CB 등으로 지원해 추후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기업의 지분을 일부 보유해 정상화시 확보되는 이익을 사회와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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