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 불리해지는 우크라…러시아, 미·우크라 종전안 변경 시도

  • 러, 군사 제한·러시아어 지위 빠져…제재 해제·동결 자산도 문제 삼아

  • 젤렌스키 "러·우 철수로 비무장 완충지대"…전선에선 시베르스크 후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사진=AF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새로운 20개항 평화안이 공개된 가운데, 러시아가 이를 추가 협상을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평화안 수정 요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한층 유리한 협상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마련한 20개 항의 평화안을 추가 협상을 위한 출발점으로 여기고 있지만, 해당 안에는 러시아에 중요한 조항들이 빠져 있고 많은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에 소식통은 러시아가 현재 문서를 전형적인 우크라이나식 계획으로 보고 있지만, 냉정한 태도로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해당 평화안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이미 대통령에게 출장 결과의 모든 세부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보고된 정보를 토대로 향후 입장을 정하고, 모든 가능한 채널을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접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해당 계획에는 전후 우크라이나 군대의 규모와 무기 체계에 대한 러시아 측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의 지위에 대한 명확한 보장도 담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러시아는 대러 제재 해제 문제와 서방에 동결된 수천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 국유 자산 처리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20개항 종전안은 우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재확인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완전하고 의문의 여지 없는 비공격 협정을 명시하고, 장기적 평화 유지를 위해 우주 기반 무인 감시 시스템을 활용한 접촉선 감시 메커니즘 구축, 위반 사항 조기 통보와 분쟁 해결 보장을 담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안보 보장도 포함됐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국가들이 나토 조약의 집단방위 조항인 5조에 준하는 안보 보장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 군 병력은 현재 수준인 80만명 규모를 유지하도록 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법적으로 공식화하고,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공격 정책을 관련 법률과 비준 문서를 통해 명문화하도록 요구했다.

이 평화안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보장하고, 유럽 시장에 대한 단기적 특혜 접근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전후 재건을 위해서는 별도의 투자 및 미래 번영 협정을 통해 최대 8000억 달러(약 1160조원) 규모의 글로벌 개발 패키지를 제공받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에 자유무역 접근권을 부여할 경우 러시아에도 유사한 조건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든 전쟁 포로와 억류된 민간인을 교환하는 내용도 포함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종전안에 협정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다만 최대 쟁점은 여전히 영토 문제다. 미국과 러시아가 초안을 주도했던 이전 안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점령 중인 도네츠크 일부 지역에서 철수해 이를 중립 비무장지대로 만드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하지도 못한 땅을 일방적으로 양도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안한 타협안은 우크라이나군뿐 아니라 러시아군도 해당 지역에서 동시에 철수해 비무장 지대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지역은 국제군이 감독하는 완충지대로 분리된다.

이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3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동부 전선의 주요 격전지이자 거점이었던 도네츠크주 시베르스크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주의 약 85∼90%를 점령하고 있으며, 이번 퇴각으로 도네츠크주 전역을 러시아가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의 통제권 문제 역시 핵심 난제로 남아 있다. 미국은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가 발전소를 공동 관리하고 수익을 분배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국인 러시아와 상업활동을 함께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대신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50대 50으로 공동 운영하고, 미국은 자국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역제안을 내놨다.

한편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러시아의 미사일과 무인기 공습으로 중부 지토미르에서 4세 어린이가 숨졌으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과 서부 지역에서도 각각 최소 1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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