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눈속임…'세팅 끝난 파일'로 표창장 위조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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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10-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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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 여백조정 등 수정…"100% 같지 않다" 인정도

  • '무리한 시연' 강행…기존 주장 제작순서와도 배치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재판에서 표창장을 만들어 출력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하지만 이미 '세팅'이 끝난 파일과 이미지로 마지막 과정만 보여준 것이어서 사실상 '눈속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미리 여백을 조정하는 등 상장서식을 바꿔 논란을 자초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로 주장하거나, 하단부를 늘리는 등 기존 공소장이나 주장과는 배치되는 방식으로 '시연'을 강행해 이의제기를 받기도 했다.
'타임라인'이 결정적 증거라더니···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 속행공판에서 검찰은 정 교수가 사용했다는 프린터와 실제 동양대에서 사용하는 상장용지로 상장을 만들어 보였다.

검찰은 이날 캡처된 이미지를 'MS워드'에 삽입해 하단부를 오려내고 '한글' 프로그램에 삽입한 뒤 출력했다. 이는 그간 검찰이 '포렌식을 통해 확인한 타임라인'이라고 주장했던 부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은 공소장과 변론을 통해  동양대 상장 스캔 이미지 전체 캡처→캡처 이미지 워드문서에 삽입→'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만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 그림파일(총장님 직인파일.jpg) 생성→상장서식 한글파일에 내용 기재 후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이미지 파일 넣은 뒤 PDF 형식 출력 순으로 위조가 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시연된 방식은 이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심지어 직인파일을 최초로 생성하는 부분부터 달랐다.

검찰은 기존 재판에서 이미지 작업에 '알캡처' 프로그램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은 워드 프로그램 자체에서 이미지를 자른 뒤 곧바로 상장서식에 넣어 '위조'를 완성했다. 그간 "표창장을 만드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사각형 현상' 설명도 스스로 부인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검찰은 앞선 재판에서 딸의 표창장에서 직인이 직사각형으로 찍힌 것은 '위조를 하다가 좌우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시연에선 그 같은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미리 세팅된 '상장서식'···검찰 "쉬쉬"
동양대 상장서식에 이미지 파일을 삽입하려면 설정 부분을 수정하고 서식 일부를 삭제해야 한다. 이날 검찰이 시연에 사용한 서식 역시 대폭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숨겼다.

즉 전후 과정을 모두 숨긴 채 이미 수정이 끝난 서식문서에 이미지를 삽입하는 정도의 시연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검찰은 '한글파일 여백 조정을 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대로 출력하면 일련번호 위치가 상장용지에 있는 은박 심볼을 침범하게 된다"고 했다. 이는 아주경제신문이 앞서 기사 등을 통해 이미 보도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같이 뽑을 경우에도 '위조본'은 실제 표창장 원본과는 다르다. 

변호인은 "시연 과정에서 좌우로 늘리는 과정이 있었냐"며 "그러면 검찰은 하단 부분 노란선을 지워야 한다는 이런 얘기를 공소사실에 포함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검찰은 정 교수 소유 컴퓨터에서 표창장 출력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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