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근로기준법, ILO 핵심협약 비준 등 노동 관계법의 국회 통과에 따른 변화에 관해 브리핑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국제노동기구(ILO) 비준을 염두에 둔 상황이어서 노동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다. 기울어진 노조법이라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당장 해고자가 파업을 주도해도 바라봐야 한다는 데서 경영계의 한숨 소리는 커진다.
지난 9일 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노조법 개정안에 따라 실업자와 해고자 등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의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도 사라졌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에서는 현직 6급 이하 공무원만 공무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의 제한 장치를 삭제했다. 지휘·감독 등 직무에 따른 제한 장치는 유지했다. 또 퇴직 공무원과 소방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해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범위도 확대했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에 통과된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계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제조약인 ILO 핵심협약이 비준될 경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다 보니 국내 관련 법안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더구나 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분쟁 해결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역시 법 개정안 통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안에 ILO 협약 비준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미 지난 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통해 "노조법 개정안을 깊이 있게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반영되지는 않았다.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공평하게 반영했다고 평가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입법이 노사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면서 법의 취지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기초를 마련한 만큼 EU와의 FTA 분쟁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2년인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3년으로 연장한 것과 관련, 단체 협약 주기가 짧으면 노조의 강경투쟁으로 경영 부담이 커진다는 경영계의 주장도 반영했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기도 하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당초 정부 제출 법안보다도 노동계 쪽으로 편향돼 있다"며 "임시국회를 통해 보완 입법을 추진, 핵심 요구사항의 일부라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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