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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질 바이든 여사가 동영상을 통해 음력 설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음력 설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건네자 중국에서는 미·중 관계 회복을 위한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만큼 양국 관계 복원을 바라는 중국의 희망 섞인 해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14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음력 설이었던 지난 12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사 인사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주민들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설을 보내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인종 차별과 증오 범죄 등을 강력히 규탄하며 "완전히 잘못된 일이고 미국 국격의 오점"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인종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질 바이든 여사는 "음력 설은 송구영신의 시기로 과거의 즐거움과 슬픔을 돌아보게 하고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며 "등롱이 앞으로의 희망을 밝히듯 우리에게는 어느 때보다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소의 해를 맞아 모든 이의 행복과 건강, 부유를 축원한다"며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서는 진정한 자축의 시간"이라고 축하했다.
중국에서 춘제(春節)로 불리는 음력 설은 최대 명절로 꼽힌다. 춘제에 맞춰 미국 최고 지도자들이 축하 메시지를 전한 건 미·중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톈페이룽(田飛龍) 베이징항공항천대 법학원 부교수는 중국신문망에 "바이든 대통령은 설 전날 중국 지도자와 통화한 데 이어 중국 전통인 춘제에 맞춰 새해 인사를 했다"며 "새 정부의 외교에서 미·중 관계를 가장 중요한 위치에 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하며 향후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 차별을 비난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의 전통적 노선으로의 복귀"라며 "미국의 민주 정치가 이성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양국 관계의 충돌 수위를 낮추고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외교 정책을 재조정하려 한다"며 "(이번 축하 메시지는) 미·중 관계 복원과 미국 내 결속 강화라는 이중의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영상 속 배경과 장식에도 주목했다. 실내 벽지와 소파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이었고 중국식 청화 도자기도 놓여 있었다. 중국신문망은 "영상 속에 중국적 요소가 배어 있었다"며 중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선이(沈逸) 푸단대 교수는 "바이든 부부의 축사에 담긴 긍정적 요소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미·중 관계 건설은 미국 정부가 진정으로 중국과 마주보고 걸어갈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며 "대중 유화 제스처일 수도 있고, 중국의 희망 섞인 낙관론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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