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과 해군 여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후 숨진 가운데 육군에서도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군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육군 중앙수사대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군 수사 관계자들을 특정해 조사에 착수했다.
24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측은 △사단 법무실이 군형법으로 다뤄야 할 사건을 일반 징계 건으로 분류해 가해자가 형사처분을 받지 않고 전역한 점과 △소속 육군 부대 내에서 이뤄진 2차 가해에 대한 수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자는 부대 전입 일주일 만에 직속상관인 A 중사로부터 교제를 요구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가 거절하자 A 중사는 이후 강제추행과 성희롱, 협박 등을 일삼았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부대에 신고했다. 다른 부대로 전출된 A 중사는 중징계(해임)를 받고 전역조치 됐다. 그러나 형사처분은 없었다.
육군은 "당시 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징계 절차를 먼저 진행한 것"이라며 "가해자를 해임 처분했고, 현재 2차 가해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사단 양성평등상담관이 지휘관, 육군 양성평등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조력하는 등 피해자의 희망에 따라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 측 입장은 다르다. 피해자 언니는 "사건 조사 과정에서 신고를 막으려는 회유 및 합의 종용이 있었고, 적절한 분리조치 또한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양한 2차 가해로 결국 부대 전출을 택했지만 건강했던 동생은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기절, 구토, 하혈, 탈모, 불면, 공황을 가진 채 1년이 넘도록 고통 속에 있다"고 전했다. 현재 피해자는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해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신고 및 접수된 사건에 대해서는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는 선임에게 강제추행 당한 뒤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달에도 해군 여군 중사가 성추행 피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