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총재는 "하드 디폴트(민간 채권단이 전면 손실을 보는 실질적 디폴트)를 피하고자 대외 부채 지급을 일시 유예한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제한된 외화 보유고를 연료와 같은 필수 품목을 수입하는 용도로 사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스리랑카의 외화 보유고는 3월 말 현재 19억3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번 발표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형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퇴진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권 퇴진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라자팍사 대통령과 총리는 이에 저항해왔다. 라자팍사 정당은 의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었고 이에 스리랑카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은 더욱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2일 IMF와의 협의를 가속화할 것이며 심각한 채무불이행은 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애버뉴자산운용의 칼 웡 채권부문장은 "시장은 이런 디폴트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IMF와 대화하면서 새 정부가 어떻게 이같은 혼란을 처리하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정부가 화학비료를 금지하고 스리랑카를 유기농만으로 농사를 짓는 첫 국가로 만들기로 한 결정은 재앙이었다고 지적한다. 당국은 전통적인 농업 관행을 포기하는 것이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유기농 농법을 전면 도입한 지 6개월 후, 한때 쌀을 자급자족했던 스리랑카는 6억 달러 이상의 외국 쌀을 수입해야 했다. 비료 수입 금지로 농작물 수확량이 급감하여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으며, 스리랑카의 차와 고무 수출도 마비됐다. 스리랑카의 주요 수출품인 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만 해도 5억 7300만 달러에 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유기농법이 결정된 지 7개월 만에 정부는 화학비료에 대한 금지를 해제했다. 그러나 그 피해는 이미 가뜩이나 취약한 스리랑카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서민들의 삶이 망가졌다. 연료를 구하기 위해 수시간을 줄을 서다가 사망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호주 ABC 뉴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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