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엔화 약세는 해외에 자동차와 카메라를 더 싸게 팔 수 있어서, 일본 수출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로이터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일본 제조업체들은 지난 수년 간 해외 생산을 늘려, 엔저의 혜택을 과거에 비해 덜 본다. 일본 경제산업통상성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 생산의 약 4분의 1은 해외에서 이뤄진다. 10년 전 17%와 20년 전 15% 미만에 비해서 큰 폭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이 연간 판매하는 자동차의 약 3분의 2가 현재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만든 자동차는 판매량의 40%도 안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엔화 약세는 연료 비용과 원자재 구매 가격을 상승시켜 일본 자국 내 제조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로이터는 "결정적으로, (엔저는) 가계 소비와 내수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것은 삐걱거리는 경제의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일본 신용조사업체 도쿄 쇼코 리서치가 7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설문 조사에 따르면 30%에 달하는 기업이 엔화 약세가 기업 활동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5%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나머지 65%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비용을 증가시키지만, 현금이 풍부한 일본 기업들에는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반면, 엔화 약세는 외국 바이어들이 일본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도요타 자동차 대변인은 엔화 약세가 반드시 이익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원자재 가격 상승은 하나의 단점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저가 경제에 좋다고 보지만, 구로다의 전 재무부 동료들 가운데 일부는 엔화 약세를 일본의 경제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지난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엔화가 달러화 대비 130엔 이상 약세를 보일 경우 정부가 개입하거나 금리를 올려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130엔 이상의 약세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카키바라 총재는 1990년대 엔화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통화 개입을 주도해 '미스터 엔'으로 불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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