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흔전만전한 봄은 혈관 속 시내처럼 흘러 꽃망울들이 다채로운 빛깔로 산 곳곳을 물들인다. 푸르른 하늘 아래 너른 들판은 겨우내 한해를 준비하며 웅크리고 있던 여린 새싹들이 사방에서 몸을 일으켜 초록빛을 뽐내고 있다.
부여는 세계유산 백제역사지구 등재 도시들 가운데 가장 많은 유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부여 왕릉원, 나성 총 4개 유적이 자리해 발길 닿는 곳마다 사비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부여 시가지 북쪽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은 왕궁과 배후산성으로서 고대 왕성의 기본구조를 보여주는 유적이다.
부소산성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빙 둘러싼 테뫼식 산성인 백제시대 토성과 그 주위를 감싸며 쌓은 통일신라시대의 포곡식 산성, 그리고 군창지 주변을 둘러싼 조선시대 테뫼식 산성이 혼합된 산성이다.
1980년대 서복사지 조사를 시작으로 군창지, 수혈건물지, 동·서·남·북문지, 성벽 관련 시설 등 백제 유적이 밝혀졌다. 근래 건축됐지만 백제 정신을 충실히 담은 삼충사․궁녀사와 영일루, 반월루, 사자루, 백화정 등 다양한 누각들도 있다.
관북리유적은 사비왕궁터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백제의 방형 연지, 도로, 건물, 공방, 창고, 우물, 도수관 등 유구들이 확인됐다.
사비왕궁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명확한 시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재 확인된 유적과 유물을 통해 왕궁으로서 가치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또 관북리유적에는 조선시대 부여현 객사와 동헌이 남아 있어 백제시대와 조선시대의 통치시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1500년 전 사비백제는 역사의 물결을 지나오면서 오롯이 제자리를 지켜오기도 했지만, 역사와 함께 묻히거나 잊히기도 했다. 백제의 중흥을 꿈꾸며 사비로 천도한 성왕이 설계한 계획도시인 부여는 긴 역사 속 찰나의 봄이었지만, 백제문화의 위대함은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는 바탕이 되고 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사비왕궁과 부소산성은 지금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봄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봄꽃나무 그늘에 잠시 앉아 1500년 전 사비백제를 아름다운 봄을 그려본다면 천금 같은 봄의 한때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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