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가 오는 8일 전면 파업을 예고하면서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타워크레인 총파업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노무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주택 정비사업부터 국가 핵심 반도체 건설현장까지 연쇄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최근 수도권 조합원 7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87.8%의 찬성률로 가결, 오는 8일부터 운행 중단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레미콘 제조사측에 통합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교섭 회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산업 혼란의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레미콘은 철근·콘크리트 골조 공정에서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한 핵심 자재다. 공급이 멈추면 타설 일정 지연에서 시작해 후속 공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구조다.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이어진 타워크레인 총파업으로 이미 예비 공기를 상당 부분 소진한 현장이 많은 상황에서, 레미콘 파업까지 겹칠 경우 현장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건설사들의 부담은 이미 임계점에 근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운송비와 인건비 상승은 그대로 공사비에 반영되고 장기적으로는 분양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처럼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주택을 지어도 손해만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수도권 재건축 사업장 가운데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공주택 사업 동력도 함께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반도체 건설현장도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우려는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팹은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일반 건설현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공기 단축을 위해 추진했던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를 반대해 철회시킨 것으로도 알려진 만큼, 파업 현실화 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선 반도체 시설의 공정 순서를 일부 바꾸는 방식으로 단기적인 대응은 가능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얘기는 달라진다"며 "아직까지 레미콘 운송파업이 길게 이어진 전례는 없지만, 최근에는 특히 여러 파업이 함께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협상 타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전과 부산은 운반비 인상에 합의하며 파업을 넘겼지만, 수도권은 협상 주체 문제부터 발목이 잡혀 있다.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이 운송사업자를 노조법상 근로자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항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레미콘 제조사들은 협상 자체가 노조 지위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운송사업자들이 향후 레미콘 제조사를 넘어 원청 건설사에 직접 단가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서 갈등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에 이어 레미콘 운송까지 공정과 물류 수송이 동시에 멈추는 상황까지 겹친다면 개별 건설사 차원에서는 현장에서 리스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