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라는 정치 신입생이 있는데 대통령 선거에 나간다고 합니다. 나한테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을 해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08년 7월 국회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으로 미국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당시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단둘이 만났다. 마음속 이야기가 오갔다.
당시 6선 중진에 66세였던 바이든 외교위원장은 초선 의원이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부통령을 제안받고 거취를 고심했다고 한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과 둘만의 추억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박 후보자다.
13일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에 낙점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4선 의원이면서 학계와 외교 현장 등에서 두터운 국제 경험을 쌓은 대표적 ‘외교통’ 인사다.
서울 출신인 박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1977년 외무고시(11회)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해군장교로 복무했다. 군 생활을 마친 뒤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뉴캐슬대에서 정치학과 조교수로 재직했다.
2001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 공보특보로 정치권에 입문해 16·17·18·21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현역의원이다. 18대 국회에서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낸 박 후보자는 친화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국회 내 외교 전문가로서 활약했다.
최근 윤 당선인이 파견한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장을 맡아 미국을 방문했던 박 후보자는 귀국 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중이라 이날 내각 인선 발표에 참석하지 못해 서면으로 소회를 전했다.
박 후보자는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 활동에서도 느꼈지만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격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도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경제안보 현안,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등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외교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외교의 중요성이 높은 엄중한 시기이기에 더욱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격변의 시기에 맞는 ‘외교 새판 짜기’가 불가피한 가운데 윤 당선인은 ‘외교통’ 박 후보자를 선택했다.
박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비전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했다”며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국정과제, 현안에 대한 입장과 외교 비전에 대해 진정성 있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평소 실용을 강조하는 그는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글로벌 외교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판 짜기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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