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말동무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로봇부터 음식을 서빙하는 자율주행 로봇까지 로봇은 일상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와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로봇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사람과 로봇의 공존을 주요 연구로 진행 중인 업체 중 하나다. 최근 외부에 공개된 신사옥 '1784'는 당초 로봇 친화형 건물로 설계됐다. 클라우드와 5세대(5G) 통신, 디지털트윈 등 신기술 집약체인 이 건물에는 커피와 도시락 등을 직접 배달하는 로봇이 활보하고, 로봇을 소독하는 양팔로봇도 활약하고 있다.
17일 네이버 연구개발(R&D)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에 따르면 1784 구축에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로봇 가이드라인 'NHRI'가 활용됐다.
NHRI는 자연스러운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natural human-robot interaction)의 약자다. 로봇은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네이버는 관련 규칙을 세분화해 NHRI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네이버가 로봇을 개발할 때 필수로 고려하는 조건은 '조화로움'이다. 로봇이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 사람, 주변 환경 등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한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NHRI에서 명백한·조화로운·믿음직한·생기있는 등 4가지 기본 원칙을 기반으로 로봇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로봇을 위한 공간에 대해 딱 로봇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로봇과 사람이 협업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배려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신사옥 1784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 로봇은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를 타고 이동한다. 로봇이 인승용 엘리베이터에 동승하면 직원들이 시공간적으로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어서다. 또한, 로봇을 처음 접했을때 느낄 수 있는 위협감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고려한 자율주행 원칙을 세워 주행 알고리즘에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김석태 네이버랩스 HRI팀 연구원은 "프로젝트 초기에 로봇만을 위한 수직 이동 장치를 제안했다. 로봇 서비스 물동량을 계산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병목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더라. 로보포트가 없었다면 로봇 서비스 수요를 다 감당하기 위해 인승용 엘리베이터 4~5대가 쉼 없이 로봇을 실어 날라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로보포트를 도심의 로봇 서비스 대중화를 앞당길 혁신 인프라로 꼽았다.
향후 네이버는 인간과 로봇 간 유기적 연결 체계 구축에 더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비자(B2C)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용(B2B) 인프라를 갖춰 로봇 서비스 대중화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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