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굽이쳐 너를 생각 기록하니 쿵쿵 뛰는 어미 심정 두 눈에는 눈물나고 틈 없이 막힌 가슴 붓대는 요동하니 무슨수로 쓴단말인가’
일제강점기에 쓴 내방가사인 <잊지 못할 내 딸이라> 중 한 대목이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슬픔과 고통의 심정을 담았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은 국립대구박물관(관장 함순섭)과 공동으로 오는 20일부터 8월 21일까지 기획특별전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12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개최한 전시의 지역 순회전으로, 영남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창작·계승하고 있는 내방가사의 모습을 대구지역에 소개하는데 의의가 있다.
아울러 한국국학진흥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에 <내방가사>가 국내 후보로 선정되어 이번 전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전시는 1794년 창작된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 편의 내방가사와 더불어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등 200점의 전시자료를 소개하며 내방가사의 가치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장은 1부 ‘내방 안에서’, 2부 ‘세상 밖으로’, 3부 ‘소망을 담아’로 조성되었다. 1부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희노애락을 선보인다. 2부 ‘세상 밖으로’는 근대와 식민지라는 격동의 시대에 직면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다.
남녀평등과 학교교육을 주장하는 <해방가>, <위모사>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여성들의 역사 교육서 였던 <한양가>를 볼 수 있다. 3부는 가족이 잘되길 기원하는 여성의 마음과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영남지방에서는 내방가사 창작이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내방가사가 활발히 창작되어 향유되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전시가 열려 더욱 뜻깊다.
국립대구박물관은 “할머니에서 어머니, 어머니에서 딸과 며느리 그리고 손녀에게로 이어져 오고 있는 내방가사를 통해, ‘이내말씀 들어보소’라고 외치던 여성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번 순회전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낭독과 전승의 내방가사 전통이 지역민들에게도 소개되어 다양한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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