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두고 외신들은 “긴장은 피했다” “경고로 시작해 환영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당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고 진단했다.
이날 협상이 시작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내외신에서 나왔고, 심지어는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회담에서 겪은 것과 같은 면박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발언은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던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그를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사람' '한반도의 피스메이커'로 내세우는 등 칭찬을 쏟아내면서 백악관 내 적대적 분위기는 증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트럼프 타워를 지어 달라면서 그를 한반도 평화 중재자로서 치켜세웠고, 트럼프 역시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두고 '큰 승리'로 평가하며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라고 화답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에서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비판했지만 회담장에서는 긴장을 피했다”고 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을 매료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의 책 덕분에 '젤렌스키 모멘트'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책 '협상의 기술'을 읽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 NBC 방송은 “이재명 대통령이 1500억 달러 규모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더 위대하게) 제안으로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은 배를 매우 잘 만든다"며 양국 간 조선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을 처음 만나면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위원장과 ‘훌륭한 관계’였음을 자랑했다”고 보도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미국 대통령으로서 첫 임기 동안 실패했던 핵 외교를 되살리려는 시도”라고 평했다.
반면 이날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관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미 간 근본적인 갈등이 얼마나 해소되었는지 불분명하다”며 “양국 모두 지난 7월 30일 (관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양국 정부 관계자들은 합의 내용에 대해 현저히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방미 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먼저 정상회담을 한 가운데 일본 매체들도 이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 언급 및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집중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 대통령의 한·미·일 협력 언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을 위한 한국 측 노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설했고, 아사히신문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권유한 것은 2018~2019년에 걸쳐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했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을 의식한 계산이었다고도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의 건설자’를 자처하며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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